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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 일주일 맞은 김대중…외환위기에 잠못 이룬 7일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당선자가 25일' 국제통화기금 (IMF) 노트' 를 새로 장만했다.

정동영 (鄭東泳) 국민회의 대변인은 "후보시절엔 TV토론 노트를 사용, 주의점 등을 적곤 했었다" 며 "새 노트엔 IMF체제 극복을 위한 구상들을 적어가고 있다" 고 소개했다.

'IMF노트' 엔 면담자와의 대화내용은 물론 점검사항, 협조와 조언을 구해야 할 인사들의 명단 등이 깨알같은 글씨로 적혀 있다고 한다.

측근들은 "노트작업으로 매일 새벽2~3시를 넘기기 일쑤였다" 고 말했다.

金당선자에겐 당선부터 지금까지가 '잠못 이룬 하루하루' 였다고 한다.

크리스마스인 25일엔 지체장애인 재활시설인 교남 소망의 집을 방문한 것을 제외하고 공식일정을 삼간 채 국정위기 관리방안에 골몰했다.

실제 金당선자에게 지난 1주일은 외환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촌음도 지체할 수 없는 숨가쁜 나날이었다.

당선의 기쁨과 감격을 누리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당선자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모라토리엄 (지불유예) 으로 치닫고 있는 국가경제와 국제적 신인도 추락이었다.

당장 IMF를 달래고 설득하는 일에 金당선자는 매달렸다.

金당선자는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토니 블레어 영국총리.하시모토 류타로 (橋本龍太郎) 일본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도 지원과 협조를 당부했다.

미셸 캉드쉬 IMF총재.제임스 울펀슨 세계은행 (IBRD) 총재.사토 미쓰오 (佐藤光夫) 아시아개발은행 (ADB) 총재 등 국제금융기구 책임자와도 일일이 전화했다.

알 왈리드 사우디아라비아왕자 등 세계적 투자가들과 면담했으며 데이비드 립튼 미 재무차관과도 만나 협력과 지원을 요청했다.

25일 0시 임창열 (林昌烈) 경제부총리와 IMF 본부가 '연내 1백억달러 조기지원' 을 동시에 발표한 순간 金당선자의 이런 노력이 1차 결실을 보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26일 당선 1주일을 맞으면서 일단 국가부도 위기는 넘긴 셈이다.

金당선자는 "한국에 대한 기본적 신뢰가 생겨난 것" 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이제부터는 추락한 국가신용을 끌어올리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며 신발끈을 더욱 조여 맸다.

외환위기가 고비를 넘기자 정권인수작업에도 박차를 가했다.

金당선자는 25일 일산 자택에서 당직자들과 조찬을 같이 하며 정부기구개혁.청와대 비서진 축소 등 개혁과 국정운영방향에 대한 구상의 일단을 내비쳤다.

“국민들에게만 일방적으로 고통을 떠넘길 수 없다” "나부터 내핍하겠다" "비서진을 절반으로 줄이고 대통령이 장관들과 독대, 직접 국정을 챙기도록 하겠다" 는게 요지다.

당선자의 한 측근은 "첫 정권교체를 이룬만큼 헌법정신을 존중, 헌정질서를 지킨다는 기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면서 "특히 국가부도 사태에 직면한 만큼 현 내각의 경제팀이 실질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조치들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 부부와의 29일 청와대 회동에서 이와 관련한 모종의 협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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