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 재·보궐 선거는 ‘3무(三無)선거’다.”
최근 정치권에서 나오는 말이다. 재·보선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던 ‘단골 손님’들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 대한 표현이다.
20일 국회에서 민주당 최고위원회의가 열렸다. 정세균 대표가 정동영·신건 후보의 무소속 연대에 대한 당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첫째는 현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론이다. 재·보선마다 여권에 좌절을 안겨준 정권 심판론이 박연차 게이트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연루설 앞에 약해졌다. 선거 때면 헐뜯기 바빴던 여야의 모습도 잘 보이지 않는다. 당 내부의 갈등이 더 심해서다. 각종 재·보선에서 후보들에게 힘을 실어줬던 지원유세의 ‘달인’ 박근혜 전 대표의 모습도 사라졌다.
◆“이명박 없고 노무현 있다”=과거 재·보선은 여당의 ‘무덤’이었다. 직전 노무현 정권 때 여당은 재·보선에서 완패하며 ‘41:0’이란 숫자를 꼬리표처럼 달고 다녔다. 김대중·김영삼 정권 때도 비슷했다. 전패까지는 아니더라도 ‘여당=재·보선 패배’가 공식화되다시피 했었다. 이는 재·보선이 가진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적 성격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의 경우 민주당이 애초 내세우려 했던 ‘경제 실정 심판론’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박연차 게이트와 노 전 대통령의 연루설이라는 ‘핵폭탄’이 터져서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의 소환조사가 임박하면서 관심은 현 대통령이 아닌 전 대통령에게 쏠리고 있다. 한나라당 윤상현 대변인은 “막상 선거가 시작되니 노무현 정권 심판론이 더 먹혀 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 전 원장의 사무실 개소식에 참석한 정 전 장관은 “국민을 대변해야 할 야당의 존재감이 없다”며 “존재감이 없는 제1야당 안에 똬리를 틀고 있는 것은 기득권”이라고 당 지도부를 정조준했다.
한나라당도 텃밭인 경주의 정종복-무소속 정수성 후보 간의 맞대결이 부담이다. 2007년 경선 이후 끊이지 않고 있는 ‘친이-친박’ 갈등이 재연된 모양새다. 무소속 정 후보가 승리할 경우 정권과 당 지도부 모두 후폭풍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당 대표 시절 모든 재·보선에서 여당에 패배를 안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측근들을 통해 이번 선거 불개입 원칙을 표명했다.
◆사라진 ‘선거의 여인’=17대 총선 이후 선거 때마다 박근혜 전 대표에겐 지원유세 요청이 쇄도했다. 그러나 경선 당시 안보특보를 지낸 무소속의 정수성 후보를 지지할 수도, 당의 정종복 후보 손을 들어줄 수도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도 가장 인기 있는 지지 유세자인 정동영 전 장관이 탈당해 당 지원 유세엔 나설 수 없게 됐다.
이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