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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뉴스] “남편 실종” 허위 신고 11억 보험금 타 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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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경남 통영에서 카페를 운영하다 수천만원의 빚을 진 서모(35)씨. 2006년 1월 “바다에 낚시하러 갔다가 실종된 것처럼 속여 보험금을 타 내자”며 아내 손모(35)씨와 짰다. 결혼 전인 1998년 2개월 동안 보험회사에 근무한 경력이 있는 서씨는 선박 실종의 경우 법원에서 실종선고를 받고 1년6개월 뒤면 보험금을 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서씨는 92~2002년 6개의 보험에 가입한 상태였다.

서씨는 2개월 뒤인 3월 계획을 행동에 옮겼다. 통영시 산양읍에서 0.5t 모터보트를 빌려 인근 한산면 비진도로 바다낚시를 갔다. 거기서 보트를 버리고는 어선을 빌려 타고 육지로 몰래 빠져나왔다. 부인 손씨는 남편을 찾는 척하며 같은 날 통영해경에 실종 사실을 신고했다. 해경은 경비정 18척을 동원해 사흘간 수색했으나 모터보트만 발견했다.

손씨는 친지에게 남편의 사망 소식을 알려 통영의 한 병원에서 장례를 치렀다. 문상객 앞에서 오열하며 실신까지 했다고 한다. 손씨는 이듬해 4월 법원에 실종선고 심판청구 소송을 내 확정판결을 받았다. 법원의 판결문과 해경의 실종확인원을 6개 보험회사에 제출해 지난해 3월까지 11억1000만원의 보험금을 타 냈다.

도주한 서씨는 아내에게서 1억원을 도피 자금으로 받아 3년여 동안 부산·대전·서울 등의 여관·찜질방을 전전했다. 손씨는 두 차례 제사까지 지냈다. 이 때문에 초등학교 1, 3학년인 두 자녀와 친척들도 감쪽같이 속아 넘어갔다. 손씨는 사망보험금을 받아 서씨의 형과 건설회사를 공동 운영하는 빚을 갚는 데도 일부 사용했다.

경찰은 2월 말 한 통의 제보 전화를 받았다. 술에 취해 횡설수설하던 서씨의 말을 이상하게 여긴 주위 사람이 경찰에 제보한 것이다. 경찰은 실종 당시 모터보트의 닻이 내려져 있는 등 사고 흔적이 없던 사실을 확인하고 서씨를 추적해 경기도 안산에서 검거했다. 경남지방경찰청은 20일 서씨를 사기와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구속하고 손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창원=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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