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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kholic] 서울 뒤덮는 자전거 물결 … 25일, 상상이 현실이 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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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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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택 기자

“자전거 붐 조성할 좋은 계기
시민들 이해해 주시리라 믿어”
안전대책 지휘하는 주상용 서울경찰청장

“‘4·25 자전거 대행진’은 자전거 활성화에 기폭제가 될 수 있습니다. 오래 기억에 남는 멋진 자전거 대행진이 됐으면 합니다.”

주상용(57·사진) 서울경찰청장은 “안전한 진행과 시민들의 귀갓길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2007년 7월 대구지방경찰청장으로 부임한 뒤 올해 2월 서울청장으로 임명되기 전까지 거의 매일 관사에서 청사까지 10여㎞를 자전거로 출퇴근했을 정도로 자전거와 친숙하다. 인터뷰는 17일 그의 집무실에서 진행됐다.

주 청장은 “6000여 대의 자전거가 도심을 통과하는 행사는 국제적으로도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대규모 시민축제”라며 “첫 행사인 만큼 참가 시민들은 안전을 위해 주최 측과 경찰의 통제에 잘 따라주고 헬멧 등 안전장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통통제에 따른 시민 불편에 대해서는 “자전거 활성화는 친환경 녹색성장이라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정책의 한 축”이라며 “서울에서부터 자전거 붐을 일으키자는 좋은 취지에 시민들이 조금만 참고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자전거 대행진이 굉장히 바람직한 행사이기 때문에 경찰은 뒤끝이 좋도록 적극적으로 도울 생각”이라며 “경비 안전 대책과 함께 대국민 홍보 활동도 벌이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행사 당일의 교통 정체나 예상치 못한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서울경찰청과 산하 경찰서들이 참여하는 사전 현장훈련을 할 계획이다.

주 청장은 “일본만 해도 자전거 이용이 아주 활발하다”며 “국내에서도 다양한 활성화 대책과 홍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신의 경험상 국내에서 자전거를 안전하게 타기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자전거를 보는 자동차 운전자들의 잘못된 시각이 문제라고 꼽는다. “자전거로 출퇴근을 해보니 무척 위험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요. 자전거가 도로를 달릴 때 동등한 교통수단으로 대우하고 배려하려는 자동차 운전자들의 이해와 협조가 절실합니다.” ‘자동차와 자전거의 공존’이라는 새로운 교통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자전거 정책과 관련, 그는 “지금이 자전거를 단순한 레저수단에서 교통수단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적기”라며 “에너지 절약을 통해 경제난을 헤쳐나가는 데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전거의 장점에 대해선 “매연이 없어 환경 개선뿐 아니라 교통소통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도로 여건과 안전이 보장된다면 자전거 인구는 급속히 늘어나리라고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그래서 “자전거를 안전하고 편리하게 탈 수 있도록 도로교통법 등 관련 규정을 보완하고 필요하다면 신설해야 한다”고 주 청장은 말했다.

글=강갑생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석유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서
이만한 교통 수단이 있습니까”
‘자전거 매니어’구자열 LS전선·사이클연맹 회장

구자열(56·사진) LS전선 회장은 재계에서 자전거 매니어로 유명하다. 일주일에 두 번 서울 논현동 자택에서 경기도 안양에 있는 LS전선 본사까지 40㎞ 거리를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자출족’이다. 주말 중 하루는 경기도 양평·가평 일대로 자전거 타기에 나선다. “한번 타면 100㎞ 정도는 달려야 몸이 가뿐해진다”고 한다.

17일 LS전선 본사에서 만난 구 회장은 “남미 출장을 다녀와 3주 동안 자전거를 못 탔더니 몸이 무거워졌다”며 운을 뗐다. ‘자전거 예찬론자’를 자처하는 그는 “석유도 안 나오는 나라에서 이만 한 교통수단은 없다”고 단언했다. ▶교통 정체 해소 ▶건강 다지기 ▶친환경이라는 측면에서 일석삼조라는 것이다.

구 회장은 올 3월 대한사이클연맹 회장에 선임됐다. “자전거를 정말 열심히 타는 사람이 최초로 사이클연맹 회장이 됐다고 하더라. 취미생활이 업무가 된 셈”이라며 웃었다. 연맹 회장으로서 “자전거 붐이 더 일도록 노력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그런 점에서 ‘4·25 하이 서울 자전거 대행진’은 생활 속으로 자전거를 끌어들일 수 있는 정말 좋은 기회”라고 평가했다. 전문적으로 자전거를 타는 사람보다도 일반인이 자전거 문화에 친숙해져야 한다는 뜻이다. “많은 시민이 자전거를 타고 함께하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구 회장은 25일 회사 임직원 10여 명과 함께 대행진에 나온다.

자출족으로서 느끼는 도로 여건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출퇴근 때) 잠실에서 탄천~양재천을 지나 과천까지 가는 길은 좋은데 과천에서 인덕원 사거리까지는 제대로 정비가 안 돼 있다”고 말했다. 자전거 도로가 중간중간 끊기고, 차량이 주차돼 있는 등 불편하고 정비가 제대로 안 돼 있다는 설명이다.

자전거 도로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많이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자전거 전용 도로를 달리다 보면 차가 세워져 있거나, 사람들이 마구 걸어 다니는 걸 볼 수 있는데 그러다간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며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행진에 참가하는 시민들에겐 “자전거는 다 좋은데 넘어지면 다칠 수 있다”며 “대행진 이후에도 생활 속의 자전거가 되도록 만드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세 살 때 처음 자전거를 접했다는 구 회장은 2002년 유럽에서 열린 ‘트랜스 알프스’라는 자전거 대회를 가장 큰 경험으로 간직하고 있다. “약 630㎞에 달하는 알프스 산맥의 비포장 도로를 8박9일 동안 달리는 경기인데 정말 힘들었지요. 그걸 준비한다고 6~7개월 동안 금요일만 되면 자전거 들고 강원도 산에 가서 살았어요. 그때 자전거로 전국 방방곡곡을 다 돌아다녔습니다.” 구 회장은 트랜스 알프스를 완주한 첫 동양인으로 기록됐다. 

글=임주리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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