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책 읽는 스타’ 1호 황현희씨, 고척동 ‘푸르미 지역아동센터’에 책 기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5면

“날아갈 것 같아요. 아저씨가 준 책을 읽고 더 큰 꿈을 키울 거예요.” 박지성 선수 같은 멋진 축구선수가 꿈이라는 승안이도, 가수가 되고 싶다는 정훈이도 모두 눈을 반짝거린다. 스타가 되면 인터뷰를 많이 하기에 영어도 잘해야 하고 아는 것도 많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의젓한 소리도 한다.

“우린 책 읽으며 꿈을 키워요.” 개그맨 황현희씨(사진 中)와 ‘푸르미 지역아동센터’의 교사, 어린이들이 황씨가 기증한 책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김태성 기자]

19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동 은혜로 교회 내 ‘푸르미 지역아동센터’. ‘책 읽는 스타’(본지 14일자 40면)에 첫 주자로 나선 개그맨 황현희(29)씨가 책을 기증하는 자리다.

인터넷서점 ‘예스24’에서 제공한 책꾸러미를 뜯으니 『미래를 개척한 컴퓨터 천재 빌 게이츠』 등 책이 쏟아진다. 좋아하는 스타도 만나고 책도 받으니 아이들은 좋아서 정신을 못 차리는 눈치다. 몇몇은 요즘 KBS ‘개그콘서트’ 의 ‘황현희 PD의 소비자 고발’ 코너로 인기몰이중인 황씨의 사인을 받으려 종이를 든 채 그의 곁을 맴돈다. “이렇게 좋아할 줄 알았으면…. 진작 이런 캠페인이 있었으면 좋았겠네요.” 책을 주러 온 황씨가 놀랄 정도다.

‘푸르미 지역아동센터’는 올 2월에 인가를 받은 후 준비작업을 거쳐 이달 초 문을 연 종합복지기관이다. 아파트 상가 4층에 자리잡은 60평 공간에서 결손가정이나 기초생활수급 가정 등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해 방과 후 학습지도와 생활지도를 한다.

“별다른 사교육을 받을 여유가 없어 학교에서 돌아오면 그대로 방치되는 초등학생, 중학생들을 조금이라도 돕고 싶었어요” 센터의 운영자인 이수진(36· 서울 연북중 사회교사)씨의 설명이다.

교회를 이끄는 방호식 목사의 아내인 그는 1월 교회 설립 때부터 아이들의 꿈을 키워주고 싶었다. 이를 위해 아예 휴직을 하고 준비한 끝에 공부방 형태의 지역아동센터를 열었다.

이름도 ‘푸른 꿈을 꾸는 미래의 지도자’란 뜻을 담아 ‘푸르미’라 직접 지었다. 작가·독서지도사·교사 등 자원봉사자 7명의 도움을 받아 미술치료· 중국어·독서논술·수학 등의 강좌를 마련해 매일 오후 2시부터 8시까지 운영 중이다. 밤 늦게까지 문을 열고 싶지만 그러려면 선생님이 더 필요해 점차 늘려가기로 했다.

그러나 당장 절실한 것은 선생님보다 책이었다. “책을 통해 인성을 계발하고 꿈을 키울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책을 많이 읽은 학생들은 학습능력이 남다르거든요. 부모들도 아이들 성적이 오르는 걸 원하니 독서는 일석이조라 할 수 있죠. 그래서 가능하면 많은 책을 읽히고 싶었어요.”

자신이 구입한 책 200여 권을 비치했지만 턱없이 모자라 아쉽던 차에 스타들이 책을 기증한다는 기사를 읽고 응모했단다. 그는 초등학교 고학년이 읽을 만한 책을 원했다. “워낙 책을 읽을 기회가 적었던 아이들이라 중학생들도 나이에 걸맞은 책을 읽을 수준이 못됐어요. 10살 안팎 아이들이 읽을 만한 책으로 시작해서 차츰 수준을 높여가는 게 좋겠다 싶었지요.”

그는 황현희씨가 기증해 준 책을 중심으로 ‘푸르미 지혜도서관’을 꾸며 주민들에게도 개방할 계획이다.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싶어서다.

“공익광고에도 출연해 봤지만 책 선물이 더욱 뜻 깊은 행사 같네요.” 아이들에게 일일이 사인을 해주던 황씨도 뿌듯한 표정이었다. 

김성희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