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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진 기자의 오토포커스] 낡은 차 바꾸면 세금 감면 큰차 살수록 혜택 많다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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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발표 전부터 말이 많았던 자동차산업 활성화 방안이 최근 확정됐다.

다음 달부터 1999년 12월 31일 이전 신규 등록된 노후 차량을 신차로 교체하면 개별소비세와 취득세·등록세를 각각 70% 감면해 준다는 내용이다. 이럴 경우 소형차는 70만~80만원, 중형차는 140만~150만원, 대형차는 250만원까지 혜택이 있다. 그런데 이번 정부의 지원 방안을 뜯어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 게 많다.

우선 노후차를 중고차로 판 뒤 새 차를 사도 세금 감면을 받을 수 있다. 노후차 교체 보조금 정책으로 시장이 살아난 독일은 9년 이상 된 차를 폐차하고 친환경 소형차를 구입할 때만 세금 감면을 해 준다. 또 3, 4년마다 신차를 산 소비자는 역차별을 당한 셈이라 개운치 않다. 이들은 신차로 바꿀 때마다 수백만원에 달하는 취득세·등록세를 내온 성실한 납세자다.

상대적으로 이산화탄소를 많이 내뿜는 대형차를 살수록 감면 혜택이 많아지는 문제도 있다.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친환경적인 경차 및 소형차 확대 정책과 배치된다.

특히 정부는 이번 지원 방안을 마련하면서 ‘자동차 업체의 노사관계 개선’을 요구했다. 한국 자동차 업체들의 노사관계 개선은 정부뿐 아니라 회사 측도 최우선 경영목표 중 하나다. 그런데 정부가 불과 보름 정도 시간을 주고 20여 년 묵도록 해결하지 못한 노사관계를 개선하라고 압박한 것은 무리수였다.

정부의 정책은 명분도 중요하다. 그래야 뒷말이 없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 방안이 나오기까지 노후차 보유자를 대상으로 한 신차 구매 의향 조사를 했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이 정책을 주장해 온 한국자동차공업협회도 마찬가지다. 지원안이 나오면 ‘올해 10만∼20만 대의 추가 구매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하지만 이도 정확한 통계 수치로 근거를 산출한 것이 아니라 ‘감(感)’이었다고 한다. 국민의 세금을 들여 특정 산업을 지원하는 정책이 이런 ‘감’으로 추진됐다면 큰 문제다. 국민 공감대를 얻을 만한 명확한 기준을 보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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