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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기 깬 본고사인가 … 새 논술고사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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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본고사인가, 아니면 새로운 논술고사인가.

서울대가 지난달 29일 제시한 '논술형 본고사'의 성격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학교 측은 '본고사'라는 표현을 썼으나 교육부와 다른 대학들은 적절치 않은 표현이라고 지적한다.

원래 본고사란 '국.영.수 중심의 필답고사'를 의미한다. 넓게는 '대학별로 실시하는 교과내용과 관련된 지필고사' 등을 일컫는다는 게 대학 관계자들의 말이다.

그동안 교육부가 '3불(三不) 정책(기여입학제.고교등급제.본고사 금지)'을 내놓으면서 대학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교과 필답고사를 언급하는 것은 금기시돼 왔다.

그러나 서울대가 이번에 제시한 '논술형 본고사'안에는 그동안 실시해온 2500자 내외의 논술뿐 아니라 500~1000자 내외의 다양한 형식의 논술까지 검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교과 과목과 연관되는 문제도 출제하겠다고 한다. 이 때문에 본고사와 성격이 비슷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논술고사가 본고사인지의 논란에 휩싸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전교조는 지난해 고려대가 수시 2학기에 실시한 수리논술 시험이 사실상 본고사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일단 논술형 문제가 교과범위 내에서 출제되거나 교과과목과 연관이 있고, '어떤 내용을 증명하라'거나 '해석하라'는 식으로 구체적 수식 등을 요구할 경우 본고사에 가깝다는 것이 교육부의 해석이다.

이에 대해 서울대 이종섭 입학관리본부장은 "새로운 형태의 논술이라 단순히 논술고사라 할 수 없어 '논술형 본고사'라는 표현을 쓴 것"이라며 "대학 자체적으로 학생들을 평가하는 대학별 필답고사를 표현하는 적절한 용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다른 대학들은 '본고사'라는 용어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논술 강화'라고 하지 굳이 '본고사'라는 표현을 써 교육부의 3불 원칙에 도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연세대 박진배 입학관리처장은 "사회적으로 파장이 큰 문제여서 본고사라는 단어를 쓴다는 것 자체가 조심스럽다"며 "당분간 3불 정책이 유지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교육부도 '본고사'라는 표현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교육부 학사지원과 관계자는 "논술 강화 방침이 본고사는 아니고, 3불 원칙에 어긋나는 것도 아니라고 본다"며 "문제 유형을 보고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한애란.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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