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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조류독감 대유행 가능성…사람통해 전염될 수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대유행의 서곡인가 일과성 해프닝에 그치고 말 것인가' 최근 홍콩에서 발생한 조류 (鳥類) 독감에 세계보건기구 (WHO) 를 비롯한 전세계 방역당국이 초긴장 상태에 돌입했다.

닭이나 오리등 조류의 배설물을 통해 감염되는 이 독감의 발생 환자는 현재까지 모두 7명. 이중 2명이 사망했다.

수치상으로 드러난 결과는 일단 미미해 보인다.

그러나 이들은 까다로운 바이러스 배양검사를 통해 공식적으로 확인된 경우. 현재 정확한 감염자가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이 홍콩방역당국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고열.근육통등을 동반하다 폐렴으로 번지는 이 독감이 대유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 미국 코네티컷주에 본부를 둔 '건전한 과학발전을 위한 과학자들의 연대 (TASSC)' 는 17일 홍콩조류독감의 대유행 가능성을 경고하고 당면한 지구촌 최대의 보건과제가 바로 홍콩조류독감의 조기방역이란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대유행 (pandemic) 이란 짧은 시간내에 대륙을 단위로 수천만명의 감염자를 낳는 폭발적인 유행양상으로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전염병 시나리오. 전세계적으로 4천만여명의 생명을 앗아간 18년 스페인독감, 각각 7만여명의 사망자를 낳은 57년 아시아독감과 68년 홍콩독감이 대표적 사례다.

이번 홍콩조류독감에게서 대유행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장 큰 이유는 출처가 예사롭지 않다는 것. 원인 바이러스로 입증된 H5N1형 바이러스는 닭이나 오리등 조류에만 서식하고 인간에겐 한번도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다.

문제는 인간에게 익숙하지 않는 바이러스일수록 치명적인 독성을 지닌다는 것. 인체면역체계에 한번도 노출된 적이 없으므로 무장해제 상태에서 침입자와 만나는 셈이다.

80년대초 아프리카 원숭이에서 사람에게 옮겨와 맹위를 떨치고 있는 에이즈 바이러스가 좋은 사례. 이번 독감의 감염자 7명도 모두 특정질환을 앓고 있거나 면역력이 떨어져있지 않은 건강한 사람이었다.

사람을 통해 직접 전염될 수 있다는 것도 대유행을 우려하는 이유중 하나다.

감염의 발단은 조류의 배설물 속에 있는 바이러스가 손이나 호흡기를 통해 인간에게 감염되는 것. 실제 첫 희생자인 3세 소년은 유치원에서 중국에서 수입한 애완용 병아리를 가지고 논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감염자중 2명은 이미 감염된 사람을 통해 직접 전염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인구밀집지역의 경우 숨쉬는 공기를 통해 바이러스의 대량확산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심각한 의미를 갖는다.

홍콩방역당국은 현재 감염이 의심되는 사람의 조기신고와 격리, 바이러스 오염원으로 추정되는 중국산 가금류의 수입통제등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WHO 역시 '홍콩으로의 여행제한' 같은 극약처방을 내리긴 아직 이르다는 것이 공식입장이지만 향후 감염자 발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WHO자문위원으로 조류독감 조사를 위해 홍콩을 찾은 미국세인트주드바이러스연구소장 로버트 웹스터박사는 "만에 하나 있을 수 있는 대유행에 대비해 감염양상감시및 예방백신개발등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내인들은 홍콩조류독감을 지나치게 두려워하지 않아도된다.

다만 홍콩여행자들은 가금류와의 접촉을 피하고 닭고기를 먹지 않는 것이 권장된다.

홍혜걸 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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