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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대 5 全敗 공포…박희태도 정세균도 부평乙 ‘출근 도장’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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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호 10면

17일 오후 인천시 부평구 산곡2동 원적사거리에 4·29 국회의원 재·보선에 출마한 후보들의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뉴시스

4·29 재·보선이 열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선거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과 18대 국회 개원 이후 처음 치러지는 이번 재·보선은 향후 정국 주도권을 좌우할 중요한 분수령이 되는 데다 각 지역에서 여야와 무소속 후보 간에 박빙의 접전이 벌어지고 있어 더욱 관심이 쏠린다. 이번 선거의 관전 포인트를 네 가지로 정리해본다.

4·29 재·보선 4대 관전 포인트

①한나라·민주 모두 부평을에 올인
17일 오후 인천 부평구 삼산시장 일대는 최대 관심 지역으로 떠오른 곳답게 지지를 호소하는 확성기 소리와 곳곳에 걸린 현수막으로 선거 분위기가 물씬 났다. 이번 재·보선의 최대 승부처가 인천 부평이라는 데 이의가 없는 가운데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당 차원에서 총력 지원 체제에 나서고 있다. 두 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에서 무소속 돌풍이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부평마저 놓칠 경우 전패(全敗)할 수도 있다는 이른바 ‘5 대 0 공포’가 양당 지도부의 머리를 짓누르고 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매일 부평을에 ‘출근 도장’을 찍고 있다. 19일부터는 손학규 전 대표까지 지원유세에 나선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도 후보 등록 마감일인 15일 이곳에서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를 연 데 이어 18일 오후에도 거리유세에 나서며 이재훈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두 당 후보가 접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이곳에 공장이 있는 GM대우 근로자 출신인 민주당 홍영표 후보가 지역 연고의 이점을 살리며 근소하게 앞서가고 있다는 평이다. 하지만 은행에 긴급자금 지원을 요청할 만큼 재정상태가 심각한 GM대우 처리 문제가 막판 선거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곳에서 만난 시민들도 GM대우 문제에 큰 관심을 보였다. 주부 강경애(41·삼산동)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 때문에 실망이 크다. GM대우 회생 문제도 있고 하니 아무래도 여당 쪽에 마음이 간다”고 말했다. 반면 GM대우 영업소 직원 이모(48)씨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미국 GM의 처리 방향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데 여당 후보가 당선된다고 바뀔 사안이 아니다”며 “근로자와 중소 자영업자 위주의 정책을 펴는 곳이 민주당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②선거 이후가 더 관심인 전북
선거 자체보다 선거 이후 일어날 민주당 구도 변화에 더욱 관심을 갖게 하는 곳이 전주 지역 재·보선이다. ‘이명박 정권 심판론’을 내걸고 전주 덕진과 완산갑에서 개혁공천을 해 선거바람을 일으킨 뒤 인천 부평을마저 거머쥐겠다는 정 대표의 구상은 암초에 부닥쳤다. 현재 여론조사에 크게 앞서고 있는 덕진 지역 무소속 정동영 후보와의 친분 때문에 민주당 전북 출신 의원들마저 같은 당 김근식 후보 지원유세를 꺼리고 있을 정도다.

민주당 지도부는 ‘집안싸움’ 구도가 부각될 경우 수도권 선거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가급적 전주 지역 재·보선은 전면에 부각시키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대신 정 후보와 무소속 연대를 선언하고 전주 완산갑에 출마한 신건 전 국가정보원장의 바람을 막는 데 힘쓰고 있다.

만일 민주당이 부평을에서 승리하고 전주 완산에서도 같은 당 이광철 후보를 당선시킬 경우 정 대표의 입지에 큰 영향은 없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정 대표의 리더십은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이 경우 정동영 후보 복당 문제와 공천 책임 문제 등을 놓고 당내에 거센 후폭풍이 일 것으로 보인다.

정 후보 공천 배제를 비판하는 성명을 낸 강창일·최규식 의원 등 비주류와 친정동영계 의원 15명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비주류 3선인 이종걸 의원은 “정 대표를 뒷받침하는 세력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계 있는 인사들”이라며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요구할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③친이-친박 정면충돌 ‘승자는 한 명’
경주 선거는 한나라당 17대 대선 승리의 내상(內傷)인 ‘친이-친박 계파 갈등’을 더욱 깊게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정종복 후보는 대통령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양자’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의 최측근 인사고, 무소속 정수성 후보는 박근혜 전 대표 특보를 지냈다는 점에서 사실상 ‘이상득-박근혜’ 대리전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박 전 대표가 지역 선거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기본 입장에도 불구하고 “사퇴 압력을 받았다”는 정수성 후보 주장에 “우리 정치의 수치”라고 일갈한 점 등을 볼 때 심정적으로는 정수성 후보를 밀고 있다는 게 당 안팎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런 점을 의식해선지 친박계 의원들은 물론 대구·경북 지역의 한나라당 의원들조차 경주 유세에서 모습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

이에 정종복 후보는 선거 초반 박 전 대표와의 인연을 강조하던 홍보 전략을 버리고 아예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경주를 발전시킬 후보’라는 점을 집중 부각하며 정면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방폐장 지원사업 특별재원 확보 같은 지역 공약도 쏟아내고 있다.

현재 두 후보의 지지율이 박빙인 가운데 조직에서는 정종복 후보가 조금 앞서고 있지만 막판 박 전 대표의 바람이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지난 총선에서 친박을 내세우며 정종복 후보를 누른 김일윤 전 의원의 부인 이순자 후보의 출마에 대해서는 “변수가 못 될 것”이란 전망과 “정수성 후보 표를 갉아먹을 것”이란 전망이 엇갈린다.

만일 정수성 후보가 승리할 경우 박 전 대표의 위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면서 당내 무게중심이 박 전 대표 쪽으로 한층 기울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정종복 후보를 밀었던 이상득 의원의 입지는 좁아질 것이고, 이는 친이계의 또 다른 축인 이재오 전 의원의 부상 등 여권 내부의 역학구도까지 바꿀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정종복 후보가 승리할 경우 무소속 후보를 사실상 ‘간접 지원’한 박 전 대표에 대한 당내 비판여론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울산 북구의 경우 한나라당이 경제 살리기를 내세우며 경제관료 출신인 박대동 후보를 내세운 가운데 민주노동당(김창현)과 진보신당(조승수)의 후보 단일화가 막판 변수로 떠올랐다.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진보 진영이 유리한 위치에 오르게 되겠지만 두 후보 지지율에 큰 차이가 없어 단일화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④노무현 수사 막판 변수 되나
이번 선거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와 무소속 연대 같은 돌출 이슈가 터져 나오면서 전형적인 재·보선 이슈인 ‘민생경제 살리기(여당) vs 중간평가론(야당)’의 구도가 적잖이 희석됐다. 특히 이번 주로 예상되는 노 전 대통령 소환 수사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노 전 대통령이 소환될 경우 선거용 편파수사 의혹을 집중 제기하며 맞불을 놓는다는 전략이다. 정 대표는 17일에도 “검찰이 재·보선에 맞춰 전 정권에 대해선 먼지털이식 수사를 하고 현 정권의 의혹에는 손도 안 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한나라당 윤상현 대변인은 “검찰 수사에까지 딱지 붙이는 일을 단념하라”며 즉각 반박 성명을 내놓으며 신경전을 벌였다.

만일 선거 막판 노 전 대통령 일가 비리나 민주당 내분 문제가 정면으로 부각될 경우 염증을 느낀 야당 성향의 유권자들이 투표를 기피하면서 30% 안팎으로 예상되는 투표율을 더욱 낮출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적극적인 투표 의사를 가진 유권자층에서 지지율이 높고, 조직에서 앞서는 한나라당에 유리한 국면이 조성될 수 있다.

반면 노 전 대통령 구속영장 기각 같은 돌출 변수가 나올 경우 오히려 야당에 대한 동정 여론을 조성해 야당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 있다. 한나라당 내에서 ‘노무현 단죄론’ 같은 강경론보다는 “지금 나온 혐의만으로는 불구속 기소한 뒤 법원 판단에 맡기는 게 옳다”는 신중론이 점점 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도 “수사 단계에서 전직 대통령을 불구속 처리하는 것은 불합리하지 않은 처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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