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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부자도 ‘남대문표 바지’에 반하더라 … 가격 거품 더 뺄 것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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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호 24면

요즘이야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고속도로 휴게소 음식은 일반 식당보다 값이 비싼 편이다. 그런 데다 음식 종류도 다양하지 못하다. 독점 시장이라 그렇다. 골프장에서 골프 의류와 클럽·용품 등을 파는 프로숍도 사정은 비슷하다. 프로숍에서 모자 하나, 골프공 하나 구입하기가 내심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게다가 상품 구색도 만족스럽지 못하다.

골프장 프로숍 40곳 경영, 황영훈 골프매니지먼트 대표

하지만 ㈜골프매니지먼트의 황영훈(46) 대표는 “오해도 그런 오해는 없다”고 손사래를 친다. 2000년 설립된 골프매니지먼트는 골프장 프로숍을 위탁 경영하는 회사다. 지난해 290억원의 매출을 올려 이 분야에선 단연 1위다. 전국 250여 개 골프장 프로숍 가운데 40곳을 이 회사가 맡고 있다. 특히 비에비스타·이스트밸리·남촌·렉스필드 등 명문으로 소문난 골프장의 프로숍을 운영하면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16일 황 사장을 만나 프로숍에서 ‘거품 빠지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업 초기 골프장 오너에게 매장 아웃소싱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그게 의외로 간단했다. 2001년 우연한 기회에 광릉컨트리클럽 프로숍을 위탁 운영하게 됐는데 불과 1년 만에 매출이 세 배로 뛰었다. 여기서 입소문이 퍼지면서 사업 토대를 닦았다. 그만큼 골프장 경영자에겐 프로숍 운영이 난감한 문제란 얘기도 된다. 골프장은 대개 그린피와 음식료 수입, 카트 임대료 등으로 수익을 낸다. 수익성으로 따져 꼴찌가 프로숍이다. 어떤 곳은 수익 분석도 제대로 못하는 형편이다.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일할 판매사원 구하기도 힘들다. 흑자 내기가 만만치 않다. 골퍼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프로숍에선 사고 싶어 사는 게 아니라 마지못해 지갑을 여는 경우가 더 많았다.”

-골프장 오너의 ‘가려운 등’을 긁어 준 셈이다.
“그래서 윈·윈·윈이다. 골프장은 아웃소싱으로 프로숍 매출의 일정액을 가져간다. 새로운 수익원이 생기는 것이다. 품질 좋은 제품을 값싸게 살 수 있으니 골퍼도 만족한다. 물론 골프매니지먼트도 수익을 낸다. 3자가 모두 만족하는 셈이다.”

-계속 좋은 가격을 강조하는데, 일반 로드숍보다 싸다는 얘기인가.
“(골프매니지먼트가 위탁 운영하는) 경기도 이천의 B골프장 프로숍은 주말 평균 매출이 2000만원을 넘는다. 요즘은 일부러 프로숍만 찾는 쇼핑객도 꽤 된다. 한 번은 하루 매출 2200만원을 넘겨 골프장에서 화제가 된 적도 있다. 상품 구색이나 가격에서 백화점, 전문 매장과 겨뤄도 경쟁력이 있다는 뜻 아닌가.”

-비결이 무엇인가.
“누가 파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파느냐의 문제다. 개별 골프장이 상품 기획부터 판촉, 재고 관리까지 다하는 것은 무리다. 그러나 이 일을 보따리처럼 묶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바잉파워(구매력)도 생기고 판매 전문 인력도 키울 수 있다. 지금까지 위탁 경영을 하는 40개 프로숍의 매출을 보면 위탁 경영 전보다 평균 72% 증가했다. 이것이야말로 아웃소싱의 매력 아닌가.”

황 사장은 유난히 시스템 경영을 강조했다. “전산·회계는 기본이고, 좋은 상품을 발 빠르게 기획·조달하는 실력이야말로 시스템 경영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어헤드’ ‘케이트로드’ 같은 라이선스 브랜드도 이런 차원에서 들여온 것이다. 이 회사에서 내놓은 어헤드 티셔츠는 7만~8만원대, 바람막이는 10만9000원이면 살 수 있다. 다른 브랜드 제품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황 사장은 “패션이나 기능은 (다른 브랜드보다) 오히려 낫다”며 “거품을 빼면 가능한 가격”이라고 강조했다.

-매장을 이용한 골퍼들이 만족해 하나.
“고객 만족, 고객 감동 경영의 핵심은 손님의 지갑을 걱정해 주는 것이다. 돈을 버는 것은 그 다음의 문제다. 기획·조달 단계부터 파트너 회사와 끊임없이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발로 뛰면서 신상품을 발굴한다. 그렇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

-신상품 발굴 성공 사례를 든다면.
“골프 바지는 하나같이 비싸다. ‘대안’은 없는지 궁리했다. 남대문시장을 이 잡듯이 뒤져 신축성 좋고 디자인 좋은 바지를 찾아냈다. 세 평짜리 여성 바지 가게였는데 당시만 해도 상표가 없었다. 세금계산서조차 발행하지 않았다. 골프매니지먼트가 여기서 여성 골프 바지 200장을 기획 주문해 명문 골프장 프로숍에 걸어 놨다. 그랬더니 호떡집에 불 나듯 팔렸다. 1만9000원에 떼어다 2만9000원을 받았는데, 강남 부자들도 ‘착한 가격’에는 지갑을 열더라. 모두 6000장을 팔았다. 이때가 2004년이다. 남대문시장의 세 평짜리 업소는 5년 만에 ‘강정윤골프’라는 브랜드로 재탄생 했고, 지금은 온·오프라인 쇼핑몰에서 확고히 자리를 잡았다.”

-골프 의류나 용품 값이 비싼 이유가 뭘까.
“조심스럽지만 반드시 짚어야 할 얘기다. 수십 년간 한국 시장에만 안주해 온 사업자에게 책임이 있을 것이다. 제대로 만들지도 않고 비싸게 받을 궁리만 하는 것 같다. 골퍼는 소비자로서 응당 대접을 받아야 하는데 그 권리를 빼앗긴 것이다. 그 권리를 돌려주고 싶다.”

-위탁 경영 프로숍을 계속 늘려갈 건가.
“얼마 전 해외 골프장에서 프로숍 위탁 운영을 제의해 온 적이 있다. 반갑긴 했지만 고사했다. 무조건 영업을 확장하는 게 목표는 아니다. 그것이 또 능사도 아니다. 운영 수준, 소프트웨어를 끌어올리는 게 우선이다. 골퍼와 골프장의 가치를 더 높이는 데 일조하고 싶다. 그러려면 재투자를 병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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