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 자살 … 블로그·지식검색 떠도는 ‘죽음의 유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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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최근 거주지와 연령대가 각기 다른 사람들끼리의 동반 자살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열흘 사이 강원도에서 3건의 동반 자살로 11명이 숨졌다. 경찰은 자살 수법과 이동 수단이 유사한 것으로 미뤄 인터넷 자살 사이트나 블로그를 통해 만나 자살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터넷을 매개로 한 자살이 끊이지 않자 정부는 지난해 말 “자살 사이트 등 유해 정보에 대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인터넷이 왜 자살에 계속 이용되는 걸까.

인터넷 자살 사이트는 거의 사라졌다. 한국자살예방센터 김희주 국장은 “2000년대 초 ‘자살하는 사람들의 모임’ 식으로 사이트 제목을 달 수 없게 됐고 포털 사이트들이 ‘자살’을 금칙어로 막아 놓으면서 국내에선 사실상 자살 사이트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자살예방센터는 5명이 매일 주요 인터넷 포털을 검색하면서 자살 관련 유해 정보를 찾아낸다. 대략 40~50개의 특정 용어를 검색에 사용한다. 포털들도 자살예방센터의 신고가 들어오는 대로 관련 정보를 삭제한다. 올 들어 이달 15일까지 모두 267건이 삭제됐다. 2007년 490건이었던 삭제 건수가 2008년 768건으로 늘었다.

사이트가 막히자 개인 블로그나 지식 검색 등이 정보 전파의 창구가 됐다. 지식 검색 코너에 “죽고 싶다. 어떻게 죽을 수 있나”라는 글을 남기면 댓글이나 쪽지로 ‘자살 의뢰인’에게 자살을 안내하는 사람의 휴대전화나 e-메일 주소를 전달한다. 인터넷 검색창에 ‘함.께. O.O.’ 식으로 검색하면 실제 자살을 고민하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자살예방센터는 지식 검색 코너도 감시하고 있다. 지난해 적발한 자살 관련 이미지와 동영상 267건 중 171건은 한 포털의 지식 검색 코너에서 찾은 것이다. 하지만 자살 정보 전파가 점점 은밀해지면서 적발이 어려워지고 있다. 자살이 아닌 다른 주제를 제목으로 단 비공개 카페나 블로그, 지식 검색 등이 늘고 있다. 수많은 포털 내 블로그와 카페에 일일이 회원 가입을 해서 들어가 볼 수 없기 때문에 적발이 쉽지 않다. 자살예방센터 김창순 간사는 “찾아도 찾아도 숨어 있다”고 말했다.

자살예방센터 김 국장은 “최근 이어진 동반 자살 사건은 포털 사이트들에 1차적인 책임이 있다고 본다”며 “포털들이 마음만 먹으면 자살 동반자 모집뿐 아니라 자살과 관련한 이미지와 동영상 등 자극적인 관련 콘텐트를 미리 삭제할 수 있는데도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17일 오전 9시10분쯤 강원도 인제군 북면 한계리 옥녀탕휴게소 주차장에 세워진 카니발 승용차에서 지모(47·강원도 속초시), 이모(29·전남 여수), 또 다른 이모(21·여·경남 양산)씨 등 3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승용차는 시동이 걸려 있었으며 차 안에서 연탄이 타고 있었다.  

이찬호·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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