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그가 무서워진다 … 전문가 “챔프전은 하승진 무한도전 무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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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전주에서 시작하는 KCC와 삼성의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4선승제)이 새로운 ‘괴물’의 탄생으로 더 흥미진진해졌다. KCC의 최장신 신인 센터 하승진(24·2m22㎝·사진) 이다.

한국농구연맹(KBL) 관계자는 “하승진 보는 재미에 플레이오프가 즐겁다”고 말했다. 팬들은 인터넷 게시판에 “미남도 아닌 하승진 얼굴이 그렇게 예뻐 보일 수 없다”고 난리다. 적장들도 그를 보며 웃는다. 4강에서 KCC에 밀려 탈락한 동부의 강동희 코치는 “하승진이 정말 예쁘다”고 했다. 안준호 삼성 감독은 챔프전 출사표 첫머리부터 “미래의 국보 하승진이 일취월장하는 모습에 농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마음이 든든하다”는 말을 꺼냈다.

◆하승진의 무한도전=하승진의 성장 스토리는 파란만장하다. 그는 2004년 미국프로농구(NBA) 포틀랜드에 입단했지만 벤치만 지켰고, 이번 시즌 국내 무대로 유턴했다. 시즌 초반만 해도 하승진은 기본기가 엉성했다. 골 밑에서 자리도 제대로 못 잡았고, 걸핏하면 공을 놓쳤으며 자유투 성공률은 50%도 안 됐다. 하승진은 “KCC에서 농구를 처음부터 다시 배웠다”고 말할 정도로 시즌 내내 기본기를 쌓아 나갔다.

하승진은 플레이오프 들어서 점점 무서워졌다. 무협소설 속 주인공처럼 한 단계씩 더 강한 상대를 만나 이들을 넘어서는 과정이 팬들을 열광시켰다. 하승진은 6강에서 국내 최고 득점력을 자랑하는 서장훈(전자랜드)을 압도하는 수비력을 보여줬다. 4강에서는 김주성(동부)의 수비에 고전하다가 결국 득점포를 폭발시켰다. 이제 챔프전에서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꼽히는 테렌스 레더를 상대한다. 레더는 정규리그 득점왕과 리바운드왕을 석권했다.

허재 KCC 감독은 “하승진은 농구를 좋아하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뛰는 걸 즐기고, 한 번 실수한 부분은 스스로 몸에 익혀 다시 반복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승진은 “플레이오프에서 서장훈·김주성 선배를 상대하면서 1년치를 한 달 만에 배운 느낌”이라고 말했다.

‘사자성어의 달인’ 안 감독은 KCC와의 챔프전을 ‘무한도전(無限挑戰)’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이번 챔프전은 하승진의 ‘무한도전’이 될 전망이다.

◆챔프전 화두는 하승진=2년 전 KCC에서 삼성으로 전격 이적했던 이상민을 둘러싼 사연이 이번 챔프전에서는 묻혀버렸다. 하승진의 파괴력 때문이다. 허 감독은 “그동안 하승진의 출장 시간을 조절했지만 챔프전에서는 풀타임 기용할 생각이다. 공격 역시 하승진 위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안 감독은 “KCC의 높이(하승진)를 막는 게 승부의 열쇠”라면서 “하승진을 어떻게 막을지는 미리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하승진을 챔프전 최대 변수로 꼽고 있다. 최인선 엑스포츠 해설위원은 “하승진이 공을 갖고 있지 않을 때의 움직임이 좋아졌다. 하승진에게서 파생되는 공격이 위력적이라는 게 KCC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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