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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현장 이 문제] "불안해서 어찌 살라고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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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세대당 2000만원씩 근저당 잡힌 아파트에 들어가 살라는 겁니까."

지난달 25일 입주를 시작한 충남 천안 불당택지지구내 한성 임대아파트(594세대) 임차 주민들이 건축주의 일방적인 아파트 담보 대출 움직임에 반발하고 나섰다.

건축주이자 시공사인 한성종합건설은 주민 입주 전인 지난달 22일 국민은행(사직동 천안기업금융지점)에게 전 세대를 담보로 잡혔다.

세대당 2000만원씩 총 118억원을 빌리려는 한성측으로선 임차인(세입자)이 입주후 주민등록을 옮기고, 은행 근저당 설정에 앞서 확정일자를 받으면 대출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주민 이상춘씨는 "2년전 이 24평형 아파트를 8500만원에 임대받았지만 요즘 주변 전세값이 폭락, 그 돈이면 34평형 아파트 전세를 얻고도 남는 상황"이라며 "그런데도 주민들 모르게 아파트를 저당잡히고 큰 돈을 빌리려고 했다니 황당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 대출 문제는 한성측이 지난주부터 입주자를 상대로 대출 동의서를 받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국민은행측은 지난해 6월 개정된 임대주택법에 따라 임대아파트 건축주가 주민 동의없이도 대출을 받을 수 있으나 "민원 발생 소지가 있다"며 한성측에 주민 동의서를 요구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한성측은 "분양 전환때 건축주의 대출금을 승계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며 입주자들로부터 동의서를 받아냈다. 그러나 권미라씨는 "임대료와 대출금 등 총 1억500만원을 챙긴 한성이 분양해도 더 빼낼 돈이 없는데 차후 분양 전환에 신경쓰겠냐"면서 "분양하더라도 배짱부려가며 비싼 값에 분양할 것이 뻔하다"고 말했다.

한성측은 "차후 아파트 사업부지 매입을 위한 돈이 필요해 대출 받으려고 했을 뿐이지 다른 의도는 없었다"면서 뒤늦게 주민에게서 받은 동의서를 되돌려주는 등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주민들은 자신들이 임차한 아파트에 설정된 근저당권 때문에 불안하다. 주민 동의 없이는 대출받거나 대출해주지 않겠다는 한성측이나 은행측의 말을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성종합건설 관계자는 1일 "근저당은 주민 입주가 완료되는 31일쯤 '대출 동의 않는 세대'대상으로 일괄 해지하겠다"고 밝혔다.

천안=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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