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 콘서트]장필순과 하나음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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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장필순의 음악은 튀지 않는다.

그냥 그 자리에 머무는 음악이다.

아무데서나 들을 수 없고 직접 그녀를 만나 들어야 한다.

크고 빠르게 내지르는 목소리가 인기의 왕도인 요즘 가요계에서 이렇게 속삭이는 포커로 살아남기란 대단히 어렵다.

여가수로서 서른을 넘긴 나이도 상당한 핸디캡이다.

양희은을 제외하면 그녀는 현역에서 활동하는 여성포커로는 최고참급이다.

포크같은 성인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힘들지만 뜻있는 길을 간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러나 가끔은 '먹고 살아야 한다' 는 부담감에서 유행하는 인기 장르를 살짝 섞어 음악을 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는 10대들에겐 '주책' 이고 성인들에겐 어정쩡한 외도로 비쳐지기 십상이다.

그러나 장필순의 음악은 꿋꿋하게 자기만의 도상에 서있다.

그렇지만 여기에는 어떤 강요도 부담도 없다.

따스한 음성으로 지나치는 사람들을 돌아보게 만들 뿐이다.

퓨전재즈와 모던록의 실험을 거쳐 포크로 돌아온 그녀의 신보 (5집) 는 내면의 성숙에서 우러나온 달관의 여유를 보여준다.

생머리에 호리호리한 체구와 가냘픈 인상만 보면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올까 긍금해 진다.

공연을 보아야 그녀가 확신있게 자기 음악을 밀고나가는 원동력을 발견할 수 있다.

그녀의 노래를 받쳐주는, 아니 그녀 노래의 핵심을 구성하는 포크집단 '하나음악' 식구들의 합주이다.

이들은 조지 윈스턴류의 뉴 에이지 음악을 꾸준히 내놔 자기 색깔을 굳힌 미국의 음반사 윈드햄힐처럼 포크만의 독립음반 레이블을 꿈꾸며 모여든 통기타의 시인들이다.

조동진.조동익.함춘호.한동준.권혁진.윤영배.더 클래식. 이들은 이 무대에서 음악은 테크닉이 아니라 마음의 소통임을 새삼 일깨운다.

'나의 외로움이 너를 부를때' 로 열리는 장필순의 은은한 가창은 함춘호의 통기타가 어우러진 '풍선' 과 올터너티브풍의 일렉트릭 기타가 울림있는 흥을 안겨주는 '스파이더맨' '빨간 우체부 아저씨' 에서 멋과 힘을 얻는다.

조동익밴드의 세션이나 한동준.권혁진이 뭉친 듀오 '엉클' 이 빚어내는 화음은 다른 음악에 비해 유독 공동체의 미덕이 돋보이는 포크의 속성을 잘 보여준다.

신문에 난 공연기사를 보고 "그래,가끔 문화생활도 해야지" 말은 쉽게 해도 실제로 공연장까지 발길을 옮기는 성인은 극소수인 것이 현실이다.

장필순과 하나음악 사람들은 그런 성인들을 위해 고집스런, 그러나 외롭지않은 합심의 선율을 들려준다. 25일까지 오후7시30분 서울 대학로 학전블루극장 (토 오후4.7시, 일 오후3.6시. 24일은 오후10시 특별공연, 25일은 오후6시) .02 - 763 - 8233.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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