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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교통개편 첫날 뒤죽박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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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 서울시 대중교통체계 개편 첫날인 1일 오전 신교통카드시스템 오작동으로 지하철역 개찰기가 신교통카드를 인식하지 못하자 승객들을 무임승차시키고 있다. [문화일보 제공]

서울시 대중교통 체계가 전면 개편된 첫날인 1일 지하철.버스 요금 인식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승객들은 요금을 내야 할지, 얼마나 내야 할지 헷갈렸다. 게다가 서울시가 "요금 인식기가 제대로 작동하기 시작했다"고 발표한 1일 오후에도 환승 요금 할인 혜택 등을 인식기가 제대로 읽지 못해 2일에도 시민들이 요금 문제로 혼란을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1일 오전 5시30분 수도권 전철 392개 역 가운데 70여개 역의 단말기가 먹통이 되고 다른 70여개 역에선 일부 단말기가 오류를 일으켰다. 또 이날 무료 승차 대상이 아니었던 마을버스와 광역(빨강)버스 단말기도 대부분 먹통이 됐다. 이 때문에 단말기가 작동되는 역에서는 요금을 받고, 오류를 일으킨 역에선 무임 승차를 하도록 지시했던 서울시는 오전 6시50분쯤 '전 구간 무임 승차'로 방침을 바꿨다가 다시 정상 가동되는 역에서는 요금을 받도록 하는 등 오락가락했다.

서울시는 "새 요금체계 프로그램을 단말기에 입력하는 과정에서 통신 오류가 있었으며 오후에 복구됐다"고 말했지만 오후에도 새 요금 체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환승 할인이 되지 않았다.

오후 4시15분쯤 신길동 대신시장 앞 마을버스 정류소에서 04번(옛 16-4번) 버스에 타 1만원짜리 옛 교통카드를 단말기에 대자 요금 500원과 잔액 9500원이 표시됐다. 600m 남짓 떨어진 신길역(1호선) 정류소에서 내리면서 카드를 단말기에 댔으나 반응이 없자 운전기사는 "내릴 땐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버스에서 내려 지하철을 타자 신길역 단말기에선 요금 800원과 잔액 8700원이, 시청역에선 요금 0원과 잔액 8700원이 찍혔다. 신길역~시청역은 기본요금 거리(10㎞)보다 짧은 7.7㎞에 불과하다. 따라서 총 요금은 800원이고 마을버스를 탈 때 500원을 냈으니 지하철에서는 300원만 빠져나가야 한다. 즉 시청역에서 -500원이 찍혀야 했지만 0원이 찍혀 지하철에서도 800원을 다시 낸 셈이다.

주부 안모(45)씨의 경우 지하철(고속터미널역~안국역.11.2㎞)을 탄 뒤 종로2가에서 02번 마을버스를 타면서 교통카드를 찍었을 때 요금이 0원으로 찍혔으나 내릴 때는 엉뚱하게도 5㎞당 추가 요금 단위인 100원이 아닌 40원이 찍혔다.

이 때문에 새 요금제도가 본격 시행되는 2일 버스와 버스, 버스와 지하철을 네차례까지 갈아 타도 카드 단말기들이 총 이동거리에 따른 요금을 계산해 내지 못할 경우 요금 시비가 잇따를 것으로 우려된다.

한편 요금체계 프로그램 개발을 담당한 LG CNS 측은 "사용되는 교통카드 종류가 워낙 다양한 데다 미처 생각하지 못한 환승 사례도 있어 일부 카드 사용자는 정상 요금 결제가 안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메트로부

[요금체계 왜 삐걱거리나] 종합 점검 없이 강행…예고된 혼란

서울시의 새 교통요금 시스템이 1일 말썽을 빚은 것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서울시는 버스.지하철의 단말기를 모두 교체한 뒤 새 요금 프로그램을 입력하는 작업을 새 요금제도 시행 첫날인 1일 새벽 강행했다. 대상은 버스 8000여대와 수도권 지하철역 3백92곳의 단말기(7800여개)였다. 이처럼 방대한 작업을 하면서 정상 작동 여부를 사전에 종합 점검하려는 계획은 애초부터 없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지하철의 경우 오전 1시 운행을 마치면 오전 3시까지 요금을 정산하고 오전 5시30분부터 첫차 운행에 들어가기 때문에 새 요금 시스템을 종합 점검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했다"며 "지난달 30일 오후 10시부터 무임승차를 실시하고 프로그램을 깐 뒤 점검에 들어갔지만 역부족이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프로그램 개발을 담당한 LG CNS 측도 준비 부족을 인정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요금 시스템은 3만여개의 단말기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어려운 작업이었는데도 인천지하철과 철도청이 새 요금제도에 뒤늦게 합의하는 등 변경사항이 많다 보니 개발이 5월 말로 늦어져 검증할 시간이 충분치 못했다"고 말했다.

회사 측 설명대로 프로그램이 제대로 입력된다 하더라도 새로운 시스템이 올바로 작동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2일부터 거리에 따라 요금을 매기려면 승객의 이동거리를 정확히 측정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매순간 정확한 통신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가능한 한 많은 테스트를 해봤지만 실제 환경에서 검증된 것은 아니므로 부분적인 오류가 우려된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한국 스마트카드 관계자는 "1일 밤 프로그램 복구가 모두 끝나 정상적으로 전송돼도 2일 구형 카드를 가진 사람이나 개별 단말기에 문제가 있는 경우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며 "매일 3000만건이 넘는 정보량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시스템이 완전히 안정되려면 1~2주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차진용.김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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