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대 대선]선거운동 특징과 쟁점들…비방전 여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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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비방전>

매터도와 상호 인신공격은 오히려 더 기승을 부렸다.

특히 이회창.김대중.이인제 세 후보 진영에선 분초를 다투듯 엄청난 분량의 비방 발언이 튀어나왔고, 세 후보는 결국 이미지에 상당한 손상을 보았다.

그 대표적인 예가 '청와대 2백억원 국민신당 지원설' 이었다.

한나라당과 국민회의는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청와대 지원설을 폭로했다.

이 때문에 선전하던 이인제 국민신당후보는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

이인제후보가 본 손상은 원상회복되지 않았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이회창후보는 아들들의 병역면제 문제로 다시 시달렸다.

차남 수연 (秀淵) 씨 키가 1m60㎝인데도 1m65㎝로 조작해 병역을 면제받았다는 주장이 국민회의와 국민신당에서 줄기차게 제기됐다.

그 바람에 李후보는 미국 유학중인 수연씨를 귀국시켜 공개리에 키를 재도록 했다.

국민회의와 연락을 취한 병무청 직원 이재왕 (李載汪) 씨는 정연씨가 자신을 찾아와 체중감량 방법 등을 물었다고 주장했다.

李씨는 "한나라당이 부인하면 결정적인 증거자료를 제시하겠다" 고 큰소리쳤지만 선거가 끝날 때까지 '증거' 는 내놓지 않았다.

김대중후보에 대한 한나라당의 비방도 거칠었다.

한나라당은 "金후보는 고혈압과 당뇨.치매 등 치명적인 병 때문에 하루하루 약물에 의존하고 있다" 고 울산MBC가 보도했다고 발표하고, 이 내용을 담은 당보를 전국에 뿌렸다.

하지만 이 방송사는 그런 보도를 한 적이 없었다.

한나라당은 또 "金후보는 '붉은 사상' 의 꼬리표를 달고 다닌다" 는 등 색깔론도 무책임할 정도로 남발했다.

이인제후보에 대해 한나라당은 그가 입대영장을 주머니에 넣고 다녔음에도 입영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李후보와 함께 고시준비를 했던 사람이 이같이 증언했다고 밝혔으나 신원.물증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국민신당도 흑색선전전에는 뒤지지 않았다.

국민신당은 '신한국당 정책기획실' 이름의 ' (이회창후보) 집권후 정권구상' 이라는 '비자료' 를 공개한 바 있다.

국민신당은 한나라당 사무처 요원이 우편 전달했다며 입수경위를 밝혔지만 한나라당 전신인 신한국당엔 정책기획실이 없었고, 자료안엔 'K1 (경기고) 인맥의 친위세력 전면배치' 등 세련되지 못한 내용들이 가득 들어 있어 대다수 관측통들은 '음해문서' 로 판정했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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