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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채 장관 인사청탁설 논란] 사건 전말과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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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 인사 청탁 구설에 휘말린 정동채 신임 문화관광부 장관이 1일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김춘식 기자]

성균관대 정진수 교수가 서프라이즈 대표 서영석씨의 부인 김모씨의 교수 임용과 관련해 오지철 문화부 차관의 전화를 받은 것은 지난달 17일 오전. "성대 교수 공채에 지원한 김씨를 잘 봐달라"는 내용이었다. 정 교수는 18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 차관을 직접 만나 이 같은 사실을 재차 확인했다.

이 자리에서 정 교수는 오 차관에게 김씨를 어떻게 아느냐고 물었다. 이에 오 차관으로부터 "장관으로 내정된 정동채 의원이 김모씨가 성대 교수 공채에 지원한 얘길 하면서 문화부 안에서 성대의 정 교수를 잘 아는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다"는 답변을 들었다는 것이 정 교수의 주장이다.

정 교수는 이어 오 차관의 주선으로 다음날인 19일 김씨와 대학로에서 만났다. 정 교수는 김씨의 입을 통해 서프라이즈 대표의 서씨가 김씨의 남편이란 것과 국민일보 정치부장 출신이란 것도 알았다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종합해 정 교수는 25일 '오 차관이 정 장관의 부탁으로 김씨를 성대 교수로 임용해줄 것을 청탁했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청와대 민원실에 접수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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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서에서 그는 "참여 정부가 들어선 직후 노 대통령의 제 일성은 '인사청탁은 결단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기억합니다. 성균관대는 정부.여당의 산하기관도 아닙니다. 이처럼 스스럼없이 청탁을 해대는 판이면 그들의 영향권 아래에 있는 기관.단체의 인사는 어떻게 주물러 왔을까 짐작하기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비판했다. 정 교수는 청와대의 회신이 없고 정 의원이 30일 문화부 장관으로 임명되자 이 사실을 전격 공개했다.

한국연극협회 이사장을 역임한 정 교수는 지난해 문화계의 '편중 인사'와 관련, 이창동 전 문화부 장관의 정책에 항의해 '연극계 100인 선언'을 주도하기도 했다.

오 차관과 정 교수의 주장을 종합하면 김씨가 남편 서씨와 정 장관의 관계를 거론하며 교수 임용에 도움을 얻으려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의문점=현직 차관이 그다지 친분이 두텁지 않은 사람의 인사 청탁을 위해 직접 나선 것은 의문이다. 그것도 자신이 모셔야 할 장관과의 친분을 과시하는 김씨를 위해 별다른 확인 과정도 없이 청탁에 직접 나섰다는 점도 풀리지 않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정 장관이 김씨의 인사 문제에 일정 부분 간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또 당사자들 간의 말도 엇갈린다. 정 교수는 "오 차관이 '정 장관이 김씨의 지원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고 주장한 반면 오 차관은 "'김씨가 정 장관을 잘 안다고 하더라'고 정 교수에게 말한 게 오해를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둘 중 하나는 착각을 하고 있거나 거짓말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배노필.이경용 기자<penbae@joongang.co.kr>
사진=김춘식 기자 <cyjb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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