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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치매진단기준 마련 시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노인들의 대표적 질병인 치매의 조기진단및 조기치료를 위해 한국형 치매진단기준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전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여러가지 치매진단기준이 쓰여지고 있으나 국가마다 치매발생의 주된 원인이 달라 치매를 일으키는 한국적 환경을 고려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 (NEJM) 최신호의 연구결과도 한국형 진단기준의 필요성을 실감케한다.

서구 치매 전문가들이 현재 사용되는 치매진단기준에 따라 65세이상 노인 1천8백79명을 검사한 결과를 게재한 이 논문에 따르면 어떤 진단기준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치매유병 (有病) 율이 최저 3.1%에서 최고 29.1%까지 큰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현재 치매진단기준은 인식능력.사회적.정서적 능력등을 어떻게 조합해서 평가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미국.캐나다는 주로 오래전의 일을 기억하는 정도에 중점을 둔 DSM류의 진단기준을 채택하고 있으며 유럽대륙은 주어진 업무수행능력여부에 비중을 두는 ICD진단기준을 쓰고 있다.

영국은 퇴행성 진행정도를 특히 눈여겨보는 CAMDEX진단기준을 사용하고 있다.

그런만큼 동일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DSM - Ⅲ를 적용했을때 치매유병율은 29.1%였으며 ICD - 10 적용시 3.1%, CAMDEX의 경우 4.9%로 커다란 차이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65세이후에 흔히 나타나는 치매는 기억력.언어능력.계산능력.시공간 (時空間) 능력등이 골고루 떨어지는 증세를 보이는데 조기진단.조기치료가 최선책인 질병. 즉 노인성건망증.초기 치매.치매 염려증등을 정확히 감별하고 치매도 치료가능한 치매인지 아닌지를 진단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서구에서 사용되는 진단기준 자체가 이처럼 차이가 심해 특히 노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형 치매의 조기발견이 어려운 상태다.

이 연구를 주도한 핀란드 헬싱키대신경과 티모 에르킨윤티교수는 "치매는 환자의 여러가지 사회적 기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므로 각나라의 여건을 고려한 명확한 진단기준으로 조기발견과 치료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고 밝힌다.

황세희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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