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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가 좋다] 철인3종경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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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 지난달 28일 강동철인클럽 회원들의 특별훈련 현장. 남한강에 뛰어들어 1㎞를 수영한 뒤(上), 사이클을 재빨리 갈아타고 30㎞를 질주하고(中), 다시 10㎞를 달렸다(下). 실전은 이보다 훨씬 먼 거리를 헤엄치고 달린다. 워낙 장거리이다 보니 세 종목의 고른 페이스 조절이 승패를 좌우한다. [퇴촌=안성식 기자]

"내 한계에 도전하고 이겨내는 성취감 때문에 하지요. 자부심을 가질 만한 취미 아닌가요."

땡볕이 이글대는 지난달 28일 낮 12시. 경기도 광주시 퇴촌의 남한강 옆 한 공터에 13명의 터프가이들이 모였다. 차에서 사이클과 운동화.옷가지들을 내리는 표정들이 굳세보인다. 서울 강동철인클럽 회원들. 수영.사이클.마라톤을 엮은 철인3종경기(트라이애슬론)를 하는 사람들이다.

*** 17시간 내 들어야 '아이언맨'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간단한 준비운동을 한 뒤 강으로 뛰어들었다. 비 온 뒤의 남한강 1㎞를 자유형으로 헤쳐갔다. 강물 위의 작은 섬(대화섬) 앞까지 삼각형을 그리며 도는 코스다. "흙탕물이라 간이 짭짤하게 잘 맞네." 20여분간 수영을 마친 수영훈련부장 윤응준(42)씨의 말이다.

곧바로 사이클이다. 퇴촌면 영동리에서 분원리까지 왕복 30㎞의 강변길 질주.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지는 뜨거운 아스팔트 위를 달리는 한시간여 내내 땀이 비오듯 한다. 그리고 달리기 훈련. 매 주말의 정기훈련도 모자라 이날은 열성 회원들끼리 특별훈련을 했다. 2004 제주국제아이언맨대회가 임박(8월 29일 제주 중문단지)했기 때문이다. 아이언맨 대회는 수영 3.9㎞, 사이클 180.2㎞, 마라톤 42.195㎞를 달리는 철인3종경기의 원조다. 전체 226.3㎞를 17시간 안에 들어와야 '아이언맨(iron man)'의 칭호를 받는다.

"우리 33명 회원 중 19명이 아이언맨 칭호를 받았지요. 20대에서 50대까지의 다양한 나이만큼 직업도 공무원.자영업.회사원 등 가지가지입니다." 1991년부터 철인경기를 하면서 클럽 회장을 지낸 송금열(51)씨는 "하지만 운동을 전문으로 했던 사람은 한명도 없다"고 소개했다.

클럽 내 최고기록을 가진 정영래(40.고덕동 동물병원 운영)씨는 "차근차근 훈련만 하면 누구나 할 수 있다"고 했다. 그의 기록은 지난해 8월 대회 때 세운 11시간32분. 대회 최고기록인 8시간41분19초에는 한참 모자라지만 아마추어로서는 훌륭한 기록이다. 그는 "이번에 1초라도 더 단축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도대체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바이올린 강사 유정진(37.여)씨도 이 대회에 나간다. 강동구 사회체육센터에서 수영을 즐기다가 주변 사람들 얘기를 듣고 철인경기에 입문했다. 그리고 1년 만인 지난 5월 23일 제주성산슈퍼맨 대회(수영 3㎞, 사이클 140㎞, 달리기 30㎞) 일반부 30대 여성부문에서 10시간19분으로 우승했다. "사이클 20㎞를 남겨두고 그만두고 싶어 울음이 터져나왔어요. 달리기도 10㎞를 남기고는 '다시는 이 짓 안한다'고 맹세했지요. 그런데 결승점에 도착한 뒤 이런 생각들이 싹 사라지더라고요. 중독이 됐나 봐요." 초등학교 3년생 딸의 엄마인 그는 이미 철녀가 돼 있다.

퇴촌=최준호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철인3종경기란] 수영 3.9㎞ - 사이클 180.2㎞ - 마라톤 42.195㎞

1978년 미국 해군 J 콜린스 중령이 하와이의 와이키키 바다수영(3.9㎞)과 하와이 도로사이클(180.2㎞), 호놀룰루 국제마라톤(42.195㎞)의 3개 대회를 한 사람이 쉬지 않고 경기하도록 구성한 데서 유래했다. 그해 2월 세계철인3종경기연맹(WTC)이 결성돼 하와이에서 첫 국제대회가 열렸다. 경기 특성상 수영이나 마라톤을 즐겨 하던 사람들이 주로 도전한다.

철인3종경기는 철인코스와 올림픽코스로로 나뉜다. 원조격인 철인코스는 킹코스.풀코스로도 불리며 수영.사이클.마라톤 226.3㎞로 구성된다. 국내에서도 매년 8월 제주 중문에서 제주국제아이언맨 대회가 열린다.

로열코스라고도 불리는 올림픽코스는 수영 1.5㎞.사이클 40㎞.마라톤 10㎞(합계 51.5㎞)를 달리는 단축경기.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이 밖에 수퍼맨코스(수영 3㎞.사이클 140㎞.달리기 30㎞), 하프코스(수영 2.1㎞.사이클 90㎞.마라톤 21㎞), 스프린트코스(수영 750m.사이클 20㎞.달리기 5㎞)도 있다.

국내 동호인 수는 약 4500명. 연맹에서 주관하는 7개 대회 등 연간 10여차례 경기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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