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스타 출연료, 일본 드라마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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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한국 드라마의 제작비 중 연기자에게 지급하는 출연료의 비율이 일본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는 분석이 16일 나왔다.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KBI)이 발간한 ‘한·일 드라마 제작 환경 비교’ 보고서는 “한국 드라마의 출연료는 전체 제작비의 60%에 이르는 반면 일본은 20~30% 수준”이라고 밝혔다. 또 스타급 연기자 한 명의 출연료를 대비해보니 한국은 제작비의 10% 이상을 썼으나 일본은 대부분 10%를 넘지 않았다.

대신 일본은 미술·기술 부문에 예산의 약 40%을 투입했다. 드라마 품질을 높이는 다양한 투자가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김영덕 연구원은 “일본 드라마가 호평을 받는 데엔 이같은 안정된 제작비 편성 구조가 한몫 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객관적 데이터에 입각한 일본의 출연료 산정 시스템에 주목했다. 일본은 ▶ 지난 3년간 해당 연기자가 출연한 드라마의 시청률 ▶ TV출연 횟수 등을 바탕으로 계산한 ‘잠재 시청률’에 따라 출연료를 정한다. 한국은 주먹구구식으로 산정, 출연료만 높여왔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한국도 일본처럼 프로듀서와 현장 디렉터의 업무를 분리한다면 마케팅·기획 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제작의 내실도 높일 것으로 예상했다. 또 드라마 기획이 최소 6개월 전부터 시작되고 절반 이상을 제작한 뒤 방송에 들어가는 일본의 관행을 ‘쪽대본’‘초치기’로 비유되는 한국의 현실과 비교했다.

천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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