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대궐 속으로 고양으로 GO GO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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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탐스러운 붉은 꽃이 봉오리를 열기 시작하면 우리는 그제야 봄을 느낀다. 꽃이 대신 말해 주는 게 봄뿐일까.

‘사랑해’라는 말 대신 장미 한 무더기를 안기고, ‘미안해요’라는 말 대신 수줍은 카네이션 한 송이를 부모의 가슴에 달아드리는 게 우리네 삶이다. 한 생명이 태어날 때도, 한 쌍이 백년가약을 맺을 때도, 한 숨이 이승을 떠날 때도 꽃은 우리의 품에 안겨 축하와 위로를 건넨다. 그러고 보면 꽃은 봄뿐 아니라 우리 마음의 ‘대변인’인 셈이다.

하지만 꽃이 대변인의 옷을 벗고 주인공이 될 때가 있다. 23일부터 다음달 10일까지 경기도 고양시 호수공원에서 ‘고양국제꽃박람회’가 열려 꽃의 향연을 펼친다. 국내 154개 업체, 해외 24개국 110개 업체가 참여해 수줍은 소녀 같은 수련부터 팜므 파탈(Femme Fatale) 같은 모란까지 1만여 종의 꽃을 선보인다. 친숙했던 꽃부터 보기 힘든 꽃까지 모두 모여 미모를 뽐낸다.

꽃들이 벌이는 잔치는 풍성하다. 희귀 난(蘭) 300여 종이 따로 전시되고,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희귀 품종의 수국과 백합 등 20여 종의 꽃은 ‘세계향기관’에 모여 향기를 뿜어낸다. 백미는 야외 전시관이다. 동굴폭포, 워터가든, 귤허브 정원 등 테마별로 꾸며진 야외전시관을 돌아다니며 꽃향기에 흠뻑 젖어볼 수 있다. 이렇게 달콤한 휴가가 또 있을까 싶다.

가족 단위로 오는 이가 많은 만큼 아이들을 위한 전시와 체험도 많다. 자연생태관에는 꽃만큼이나 오색창연한 색을 지닌 곤충들이 전시되고, 꽃으로 벌이는 ‘플라워 매직쇼’가 거의 매일 열린다. 꽃 심기, 꽃으로 요리하기 등 다양한 체험 행사도 있다. 특히 머리부터 발끝까지 꽃으로 꾸민 이들이 펼치는 ‘보디 플라워 쇼’와 세계적 플로리스트들의 작품 시연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꽃박람회만의 것이다.

눈과 코를 자극하는 꽃나들이에 귀를 간질이는 음악이 빠질 수 없다. 근로자의 날, 어린이날, 어버이날에는 맞춤 콘서트가 열리고 주말 밤마다 감미로운 재즈 선율이 울려퍼진다. 7080콘서트, 클래식 콘서트도 마련돼 있다. 이렇게 꽃박람회가 진행되는 동안 봄은 절정에 달할 것이다.

고양에 봄이 든다. 모란이 핀다. “모란이 뚝뚝 떨어지면, 삼백 예순 날을 하냥 섭섭해 울었다”는 시인도 울음을 멈출 터다.

글=임주리 기자, 일러스트=박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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