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유전 수사' 중간점검] "김세호 청장에 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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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공사(전 철도청)의 러시아 유전 개발 투자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탄력을 받고 있다.

검찰은 전대월 하이앤드 대표를 지난달 27일 구속한 데 이어 사흘 만인 30일 왕영용 철도공사 사업개발본부장을 구속했다. 이 사건의 핵심 3인방 가운데 한 사람으로 인도네시아에 머물고 있는 석유 전문가 허문석 박사의 귀국을 종용하고 있다.

검찰은 지금까지 피의자와 참고인 등 70여 명을 조사해 사업이 졸속 추진됐음을 확인했다. 검찰은 2일 유전 개발 투자 실무를 담당한 박상조 전 철도재단 사업본부장을 소환한 뒤 이번 주 김세호 전 철도청장(현 건교부 차관) 등 철도공사 전.현직 인사들을 불러 정치권의 개입 여부를 규명할 예정이다. 다음 주께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을 소환, 사업 개입 여부를 최종 확인할 방침이다.

?검찰, 어디까지 확인했나=검찰은 왕씨가 지난해 9월 초 페트로사를 6200만 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200만 달러를 페트로사의 모회사인 알파에코사 임원에게 리베이트로 주기로 이면계약한 사실을 밝혀냈다. 또 우리은행에 처음 대출신청한 2400만 달러(나중에 650만 달러만 대출 승인) 중 1080만 달러를 국내의 코리아크루드오일(KCO) 계좌로 송금받으려다 실패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왕씨 등이 이 돈을 정치권 로비자금으로 사용하려 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왕씨는 검찰에서 "김세호 전 청장과 신광순 철도공사 사장 등이 주례 간부회의 등을 통해 사업 관련 보고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보고를 받은 기억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 관련 의혹은 구체적으로 확인된 게 없다. 다만 전대월씨가 검찰 조사에서 "지난해 6월 이 의원이 허 박사에게 전화를 건 지 40분 만에 허박사를 만났으며, 그 장소가 이기명(이 의원 후원회장)씨 사무실이어서 사업이 잘 될 줄 알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이 의원은 "전씨에게 허 박사 전화번호를 알려줬을 뿐"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중요한 것은 내가 허 박사.전씨와 함께 자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왕씨도 검찰에서 "김 전 청장과 신 사장에게 보고할 당시 두 사람 모두 사업 내용을 잘 알고 있어 이 의원이 (이들에게) 전화한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허위 보고, 무리한 사업 추진=왕영용씨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특경가법상 배임 혐의)에 따르면 왕 본부장은 철도공사 윗선에 보고할 때 석유공사가 2003~2004년 세 차례나 유전사업 인수를 제의받았다가 불참한 것을 지분율 다툼 때문인 것으로 보고했다. 그러나 당시 석유공사는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불참을 결정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왕씨는 사업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유전 실사 후 계약금을 송금해야 한다고 주장한 직원들을 유전인수 추진팀에서 빼고 새로운 팀을 구성해 사업 추진을 강행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조강수.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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