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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명 인터넷 대회 '타이젬왕중왕전' 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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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green1234'와 '공짱타약'. 실명을 밝히지 않고 아이디(ID)만으로 겨루는 동양증권배 타이젬왕중왕전 결승에 이들 둘이 올랐다. 실력으로 볼 때 프로 강자가 분명한데 과연 이들의 정체는 누구일까.

공짱타약은 한국 ID고 green1234는 중국 ID. 이들은 28일 인터넷바둑사이트인 타이젬에서 시작된 3번기에서 1대1로 팽팽히 맞선 끝에 30일의 최종전에서 green1234가 백 불계승을 거두며 우승을 차지했다. 중국이 인터넷 상에서나마 한국을 꺾으며 모처럼 환호성을 올렸다.

한국 프로들은 green1234의 기풍을 면밀히 분석한 끝에 중국랭킹 2위인 쿵제(孔杰)7단이 거의 확실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가끔 랭킹1위인 구리(古力)7단이나 다른 고수들의 스타일도 눈에 띄지만 결국은 쿵제라고 단정을 내린 것이다.

공짱타약은 공격은 짱인데 타개는 약하다는 익살스러운 의미의 ID. 한국의 젊은 기사, 그것도 10대 강자임은 분명하다. 기사들이 쉬쉬하고 있지만 기풍으로 봐서 박영훈5단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이쪽도 물론 혼자만 두는 것은 아니다. 박영훈에게도 최철한8단이나 송태곤7단 같은 막강한 친구들이 있으니까 도움이 있었을 거라는 추측이다.

총상금이 1억2천만원이나 되기 때문에 많은 젊은 프로가 이 대회에 나왔다. 익명으로 치러지는 인터넷 대회는 훈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대회라기보다는 이벤트나 쇼적인 측면이 강하다. 여럿이서 계가도 해주고 수읽기도 미리 해놓는다. 어떤 ID 쪽에서 이창호9단에게 훈수를 요청했다가 조용히 거절당했다는 소문도 나돈다.

특히 중국의 경우 젊은 강자들이 합숙을 하고 있기 때문에 밤에 치러지는 인터넷 대국엔 자연 구경꾼과 훈수꾼들이 모여들지 않을 수 없다. 한국기원은 딜레마에 빠져 있다. 바둑은 공평하고 공정한 게임임을 강조해 왔다.특히 대회는 엄정해야 하며 대회에서의 훈수는 퇴장이나 제명 감이다. 그런데 인터넷 대회는 감시도 어렵고 또 실명대회는 ID대회보다 인기도 덜하다는 점도 있어 규칙 제정이 쉽지 않다. 다만 현재 상태라면 인터넷대회는 단지 이벤트일 뿐 영영 공식대회가 될 수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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