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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기 왕위전 본선 리그' 미세한 종반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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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제38기 왕위전 본선 리그
[제9보 (148 ~ 170)]
黑.조한승 7단 白.안조영 8단

100수나 150수가 지나 바둑판에 놓인 흑백의 돌을 보면 어떤 느낌이 온다. 아, 이건 고수들의 바둑이구나. 이 바둑은 한 5 ~ 6급 수준이구나. 마치 미술품을 감상하듯 돌의 휘어짐, 돌과 돌의 빈틈, 직선의 강도 등이 품격과 수준을 느끼게 해준다.

뭉친 모습이나 꼬불꼬불하거나 돌의 밀착감이 없는 빈삼각 등의 형태가 이어진다면 일단 수준 높은 바둑은 아니다. 돌과 돌 사이가 성벽을 쌓듯 정교하게 짜맞추어지고 대패질을 한듯 미끈하다면 돌의 생사와 관계없이 고수바둑이라 할 수 있다.

마늘모는 하수의 행마로 치부된다. 튼튼하지만 너무 겁먹은 행마고 기동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꼬불꼬불한 이 수가 고수들의 미적감각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보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안조영8단은 이긴 바둑을 다진다는 심정으로 마늘모(백△)를 두었으나 그 마늘모가 그만 끊어져버린 것이다.

형세는 또다시 미세해졌다. 이렇게 되면 앞서가는 백 쪽이 오히려 당황하는 흐름이다. 148을 선수하고 150으로 두점을 잡았다. 151과 152는 선악을 논하기 어렵다고 한다. 151은 역끝내기 의미가 있고 152는 두텁기 때문이다. 그러나 151로 152에 둔다면 155의 후수보강은 당분간 필요없다는 장점이 있었다. '참고도' 흑1에 백2로 움직여도 9까지 하등 이익이 없는 것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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