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로 짚은 97]음악계…불황여파 '작은 음악회'봇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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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올해초부터 시작된 불황의 여파로 음악계는 제작비가 많이 드는 대규모 공연 대신 실내악.독주회.소극장오페라 등 '작은 음악회' 에 주력했다.

한편에서는 방학중에 열리는 청소년음악회와 함께 여러 연주자가 한 무대에 서는 갈라콘서트가 붐을 이뤘다.

올해 상연된 그랜드오페라는 국립오페라단의 '리골레토' '아라리공주' , 시립오페라단의 '맥베스' , 김자경오페라단의 '아이다' '춘향전' 등. 한국오페라단.글로리아오페라단등 민간오페라단은 한편도 제작하지 못했다.

반면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 와 베르디의 '오텔로' 등이 콘서트형식으로 공연됐고, '결혼청구서' '서울 라보엠' '섬진강 나루' '알버트 헤링' '초월' '아말과 밤에 찾아온 손님' 등 소극장 오페라들이 줄을 이었다.

올해 내한한 정상급 외국 오케스트라는 몬트리올심포니.BBC 심포니.이스라엘필하모닉.산타체칠리아오케스트라.보스턴팝스 등. 예년에 비해 3분의1로 건수가 줄었다.

대신 프랑스의 이자이 4중주단.과르네리 현악4중주단.슈투트가르트 체임버, 뉴욕필 현악4중주단, 보자르 트리오.하겐 현악4중주단 등 외국의 정상급 실내악단들이 대형 오케스트라의 공백을 메웠다.

금호미술관의 갤러리콘서트도 '값싸고 알찬 작은 음악회' 로 매회 매진기록을 세우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

또 연주회 몇건을 패키지로 묶은 할인티켓, 조기 예약자 할인, 경품제공, 개그맨 출연 등 청중확보를 위한 다양한 마케팅 전략이 구사됐다.

불황에도 불구하고 청소년 대상 공연은 관객이 몰리는 현상을 보였다.

연중 기획공연인 '금난새의 음악여행' , 방학 특수 (特需) 를 겨냥해 올해 부쩍 늘어난 청소년음악회가 그에 해당한다.

빈 슈베르트합창단 공연에서 보듯 방학동안 열리는 공연은 대부분 흥행에 성공하는 기현상도 나타났다.

하지만 몇몇 공연을 제외하면 연주자.프로그램의 수준이 떨어진다는 문제점도 드러냈다.

음악회가 여름방학 과제로 된 데 따른 부작용도 문제다.

입석까지 발행해 공연장 분위기가 흐트러지고 입장을 못한 학생들이 음악회가 끝난 후 휴지통을 뒤지거나 관객들에게 티켓과 팜플렛을 구걸하는 사태마저 빚어졌다.

청소년음악회가 미래의 청중 개발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으려면 방학 과제용 보다는 학기중의 상설공연으로 분산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갈라콘서트는 원래 오페라 아리아 하이라이트를 여러명의 성악가가 공연하는 것. 올해는 오페라 외에 성악.기악 등 다양한 장르를 한자리에 선보이는 갈라콘서트가 잇따라 열렸다.

정명훈.한동일.김영욱.강동석.조영창.양성원.최은식 등이 출연한 '7인의 남자들' 과 아이작 스턴.요요마.신영옥.장영주.장한나 등 정상급 연주자 8명이 한 무대에 선 '평화와 화합을 위한 97갈라콘서트' 가 그것. 국악공연으로 임동창.장사익.이생강이 한무대에 출연한 '97공감' 도 눈길을 끌었다.

갈라콘서트는 알찬 프로그램보다는 관객의 눈요기에 치우친 것이라는 비판도 없지 않았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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