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유상철의 중국산책]중국, 8개월 만의 오보 정정에 대하여

중앙일보

입력

'Late better than Never'라는 말이 있다.
안 하는 것 보다는
늦었지만 하는 게 낫다는 뜻이다.

중국의 언론매체를 감독하는
국가신문출판총서가 14일 심각한 오보를 낸
중국의 6개 신문사에 대해 시정을 명령하는 한편
처벌까지로 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우리가 관심을 갖는 건
이 6개의 대형 오보 중에 한국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지난해 7월 31일자에
'손문이 한국 혈통이라고'라는 허위 기사를 게재해
중국인들의 혐한 감정을 촉발시켰던
광둥성 신쾌보(新快報)가 처벌 대상에 포함된 것이다.

당시 신쾌보는
'조선일보의 보도를 인용해 보도한다고 하면서
성균관대 역사학과 박분경 교수가 손문이 한국 혈통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는 날조된 기사를 내보냈다.

손문의 고향인 광둥성 사람들은 물론
이 보도, 또 이 소식을 전하는 인터넷을 접한
모든 중국인들의 피가 거꾸로 솟았을 것임은 불문가지다.

이는 물론 완전 날조된 기사다.
조선일보는 이런 보도를 한 적이 없었고,
또 성균관대 역사학과엔 박분경이란 이름의 교수도 없기 때문이다.

베이징 올림픽 직전 터진
중국 언론의 오보로 한국인들의 감정이 상하기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내가 주목한 건
한중 양국의 우호를 해치는 심각한 오보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모르쇠로 일관하지 않는가 하는 중국 당국의 태도였다.

중국의 모든 언론은 중국 정부의 통제하에 놓여 있다.
이를 갖고 '언론의 자유'를 논하는 문제는 별개의 일이고,
여기서 중요한 건 정부가 이처럼 심각한 오보에 대해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는 건 '책임의 방기'나
심지어는 '묵인'으로까지 비쳐질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심하게 말하면
혐한 감정을 조장하는 중국 언론의 오보가
중국 당국의 묵인 하에 이뤄지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설마 그러기야 하겠느냐고 생각하지만
이에 대한 정정 조치가 바로 취해지지 않은 건 심히 유감이었다.

그로부터 8개월여가 지난 이제
중국 국무원의 직속기구로 언론매체 법규와 감독을 담당하는
국가신문출판총서가 '허위 기사' 생산의 기자와 편집자에 대한
블랙 리스트를 만들어 언론매체에서 추방하기로 하는 강력한 조치를
취한 건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로 생각된다.

참고로 신쾌보 말고 징계를 받은
다른 중국 언론사 오보는 중국 국내 문제와 관련된 것들이었다.

이같은 중국 당국의 오보 바로잡기를
'언론 길들이기'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지만,
그렇게까지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잘못은 바로잡아야 하는데 그런 노력까지 색안경 끼고 보는 건
중국이 어떤 일을 해도 나쁘게만 해석하겠다는 또 다른 오보에 다름 아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