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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정의 영화 블로그] 아는 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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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면

'아는 여자'가 가져다준 나만의 엉뚱한 상상 . 최근 한 시즌 네번 퇴장이라는 사상 최대의 불명예 기록을 세운 LG의 서승화 선수 말이다. 언론은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그의 비신사적인 행위에 더 엄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지만, 정작 그를 다이아몬드의 테러리스트에서 순한 양으로 바꾸기 위해선 뭔가 그의 숨겨진 사연을 알아야 하는 것 아닐까.

어쩌면 그는 '아는 여자'의 동치성(정재영)처럼 '새벽길을 그녀와 함께 걷는 아름다운'사랑을 꿈꾸다 보기 좋게 걷어 차인, 그래서 첫사랑이라곤 자신의 다이어리에서 찾아볼 수 없는 그런 재수없는 사랑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또, 더 맘대로 상상을 하자면 동치성처럼 의사의 판단 미스로 불치병을 선고받고 세상을 향해 주먹질을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게 아니라면 사실, 2루로 달리던 주자의 발을 걸어 넘어 뜨리고, 그렇게 의심받으면서 빈볼을 연발로 던져대고 결국 퇴장 신기록을 세우며 사람들의 비웃음을 사는, 그런 비이성적인 행위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분명 그의 가슴 속에는 뭔가가 있을 거다.

너무 엉뚱한 상상일까? 하지만 만에 하나 그것이 맞는다면, 치유책은 동치성이 그랬던 것처럼 '사랑이 도대체 뭐기에'라는 고민을 해보는 것이 아닐까. 동치성의 깨달음처럼 사랑은 오색 낙엽이 물든 오솔길을 그 여자와 걷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코를 후벼파는 버릇을 진정 아파해줄 수 있는 거라는 걸, 불치병에 걸려 죽음을 눈앞에 둔 두 사람에게 고압선의 전류같이 강렬하게 전해오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신의 집앞에서 서른여걸음 떨어져 있는 '아는 여자'의 눈길처럼 조용히 바라보는 것이라는 걸, 그래서 결국 사랑은 '아는 여자'에 대해 내가 아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깨달음으로, 그녀의 이름과 나이와 좋아하는 음식 같은 걸 물어보는 그 순간의 소박한 짜릿함이라는 걸 말이다.

허공 속을 방황하던 꿈같던 사랑의 갈구에서 벗어나 현실의 농담같은 사랑으로 안착할 때, 비로소 그는 타자의 헬멧이 아닌 포수의 미트로 빨려들어가는 차분한 강속구를 던질 수 있지 않을까. 그의 러브스토리를 알고 싶다 정말.

Re : 안티 서승화 말도 안 되는 소리 집어치우세요. 그저 그라운드의 난봉꾼인 그를 이렇게 미화해도 되는 겁니까.

Re : 비폭력.평화를 사랑하는 비둘기 모임 윗님에 절대 동감! 이런 식으로 폭력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부시가 기고만장하고 세계는 전쟁이 그칠 날이 없는 겁니다.

Re : 순정남 아니 왜 흥분들 하고 그러십니까. 상상이라잖아요. 이렇게 마음들이 닫혀있어서야.

Re : 아는 남자 다 영화를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저처럼 '아는 사람'들은 무슨 말인지 다 알아요. 영화처럼 유쾌한 농담 한번 해보자는 건데…. 영화나 보시고 말들 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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