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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의 소곤소곤 연예가] 이현우 "난 이소룡 아들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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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면

톱스타 장동건도 어릴 적엔 여자친구 고무줄 한 번 끊어 본 경험이 있지 않을까? 남자아이라면 누구나 못 말리는 개구쟁이 시절의 단편은 갖고 있을 법한데, 이 남자 이현우는 도통 상상도 되질 않는다. 그 느릿한 말투와 슬로모션으로 짝꿍에게 다가가 과연 아이스케키?

"한번도 못 해봤죠. 워낙 수줍음이 많아서 감히 그런 일은 꿈도 못 꾸고, 대신 초등학교 때 대학생 미팅엔 여러번 나갔죠."

이것은 또 무슨 소리? 대학생인 이모는 어린 현우를 유난히 예뻐했다. 덕분에 이모 학교 캠퍼스를 동네 놀이터처럼 드나들고, 미팅자리에도 함께 나가 통닭 한 마리 뚝딱 해치우고 왔다고. 꼬마 현우는 당시 이모뿐만 아니라 이모의 친구들에게도 상당히 인기가 좋았다는데?

"그때 이모 친구들이 지어준 별명이 계집애였어요. 제가 어릴 적엔 쌍꺼풀도 더 크고 진해서 여자처럼 생겼단 소리 많이 들었거든요. 어찌나 귀엽다고 서로들 볼을 꼬집던지…."

그래서 배운 것이 바로 태권도였다. 남자다워지도록 피나는 노력을 한 태권소년 이현우는 무던하고 원만한 성격 덕에 중학교 시절 폭넓은 교우관계를 갖게 된다. 여기서 특이할 점은 조용하다 못해 고요하기까지 한 그가 학교 내 존재하는 여러 폭력서클에 가담한 친구들과도 끈끈한 우정을 유지했다는 것!

"직접 싸움을 했다는 것은 아니고요. 친구들 사이에서 제가 유일한 평화주의자였거든요. 그래서 조직끼리 부딪칠 일이 있을 때 제가 나서서 중재를 하는거죠. 한마디로 '유엔'같은 존재라고나 할까?"

신기한 것은 나이를 먹을수록 이 '별명'이란 것도 함께 크고 자라는 것인지 그도 계집애와 평화주의자에 이어 유년의 세번째 별명을 갖게 된다. 바로 이소룡!

중학교 2학년 때 미국으로 이민 간 그는 동양인이라고는 그들의 가족이 전부였던 워싱턴DC외곽 학교에 편입했다. 당연히 학교생활은 순탄하지 않았을 터. 괜히 시비걸고 놀리는 친구녀석들 때문에 학교 가는 것이 최고의 스트레스였다. 그때 난생처음 성격이 공격적으로 변한 그는 날마다 발차기.벽돌 깨기 등의 기술을 연마했는데 우연히 이를 본 흑인 친구에게 농담처럼 자신이 이소룡(같은 '이씨'라는 이유로)의 아들이라고 얘기했는데….

"다음날 학교에 소문이 쫙 퍼졌더라고요. 과연 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할지 고민하다가 기왕 이렇게 된 것 더 열심히 운동이나 하자. 그래서 이소룡 책 구해 읽고, 기술 연습하고."

이때 이론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실전. 소극적 현우와 달리 킥복싱.쿵후.합기도.태권도 유단자인 세 살 위의 친형에게 피나는 개인교습을 받았다. 그 후 공중 돌아 이단옆차기는 눈감고도 하는 그만의 필살기가 되었고 결국 학교를 평정하는 일명 '짱'이 되었다. 이 정도면 우리의 이현우, 미국유학판 '말죽거리 잔혹사'의 권상우라 해도 과언이 아닌 듯. 그런데 이소룡이란 거짓말은 들통 안 났을까?

"학생들이 사실을 알게될 쯤 졸업하고 다른 지역 고등학교로 갔죠. 그 친구들은 아직도 제가 이소룡 아들인줄 알 걸요."

이현주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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