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 우량기업 (주)셰프라인의 경우…금융공황엔 속수무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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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20년동안 흑자를 내던 회사가 부도라니 어이가 없습니다.” 최근 부도로 넘어진 ㈜셰프라인의 김명석 (金明錫.49) 사장은 '부도' 라는 현실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주방용품 전문 생산업체인 이 회사는 88년 1천만달러 수출탑, 94년 석탑산업훈장을 받았고 올해초에는 중소기업우수마크 (GQ) 인증을 받는등 우량기업의 대명사로 통하던 회사였다.

지난해 매출 410억원에 순이익 8억원을 올렸고, 올해도 매출 14% 증가에 순이익 10억원 달성이 무난히 예상됐었다.

자기자본 대비 부채비율이 1백97%로 상장사 평균 3백50%보다 훨씬 낮은등 재무구조도 튼튼했다.

이렇듯 견실한 '20년 흑자회사' 도 금융시장 공황 때문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돈을 빌려주겠다던 금융기관들이 갑자기 대출금 회수에 나섰다.

지난 3일 한 종금사가 갑자가 어음 5억원을 돌려 1차부도를 맞았고, 다음날엔 무려 1백4억원이나 되는 어음이 쏟아져 손쓸 틈도 없이 무너져 버렸다.

금융회사 사장집에 찾아가 무릎 꿇고 눈물로 호소했지만 "우리도 살아야 하니 제발 돌아가 달라" 는 말만 들었다.

金사장은 그러나 부도 이후 쏟아지는 주변의 격려에 재개의욕을 가다듬고 있다.

화의신청 이후 재산보전처분이 빨리 내려져 정상영업이 가능하도록 해달라고 담당재판부에 요청했다.

그는 "일본의 한 금속회사는 '일본보다 우수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귀사의 부도를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며 경영 정상화가 빨리 이뤄지기 바란다' 고 하더군요. " 라며 목이 메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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