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클린턴 지지업고 위기 탈출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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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정부는 이번주가 한국이 '국가부도' 로 가느냐, 위기를 넘기느냐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연내 갚아야 할 단기외채의 만기가 이번주에 집중돼 있으나 국제통화기금 (IMF).세계은행 (IBRD) 이 주기로 한 돈은 일러야 18일 이후에나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재정경제원 관계자는 "일본 국내사정이 워낙 나쁜데다 금융기관들이 결산을 앞두고 한국에 꿔준 돈을 계속 회수하고 있다" 며 "이번주가 외환위기의 고비가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20일을 넘어서면 외국 금융기관들이 대부분 크리스마스 휴가에 들어가 큰 거래를 할 수 없기 때문에 국제금융기구 등의 자금지원 규모나 일정단축을 이번주안에 확정해야 한다" 고 설명했다.

정부가 자금확보를 위해 추진하는 것은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일단 한국에 대한 지원규모 및 일정을 밝힌 국제금융기구에 더 많은 돈을, 더 빨리 지원해 주도록 요청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임창열 (林昌烈) 부총리는 14일 방한중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IBRD수석부총재와 오찬회동을 갖고 IBRD가 지원키로 한 1백억달러중 30억~60억달러를 연내 지원해 줄 것을 요청했다.

또 IMF에 대해서도 당초 지원일정을 좀더 앞당길 수 없는지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 국제금융기구의 지원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게 정부의 속생각이다.

현재 한국에 대한 자금지원의 열쇠는 미국이 쥐고 있으며 따라서 미국으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외환보유액이 세계 최대규모인 일본이 아무리 어렵다 해도 자국 (自國)에 불똥이 튈 수도 있는 한국의 위기를 막기 위해 당초 내기로 한 1백억달러중 일부라도 앞당겨 주는 것이 가능할 법한데 이뤄지지 않는 것도, 미국이 일본에 대해 미국이 주도하는 'IMF 패키지' 이외의 쌍무적 지원에 응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이 3당 대통령후보와 IMF협상 준수를 다짐하는 협약서에 공동서명한 직후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이를 알리고 미국의 지원과 협조를 요청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날 전화에서 金대통령은 두 사람을 특사로 보내겠다며 "이들이 하는 말은 내가 하는 말과 마찬가지며 이들이 한 약속을 분명히 지키겠다" 고 말했고, 클린턴 대통령은 합의문 서명사실을 전해들은 후 "좋은 소식 (Good news)" 이라며 "최선을 다해 협조하겠다" 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이런 반응이 IMF협상과 관련한 한국내 반IMF.반미 (反美) 감정에 대한 반발로 냉각됐던 한.미관계에 변화가 생기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일단 미국이 한국 지원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여기에 더해 지원키로 한 50억달러의 지원일정 등을 확약만 해준다면 한국경제를 국가부도 상황으로 치닫게 한 외환위기는 사실상 벗어나는 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경민·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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