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 드러나는 양자 대결구도…이회창­이인제 격차 안좁혀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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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막판 판세가 이회창 (李會昌) 한나라당.김대중 (金大中) 국민회의 후보간 양자 대결구도로 압축되고 있는 것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후보등록 이전 공개됐던 여론조사의 추세가 후보등록 이후 공표가 금지된 가운데 진행된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그대로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분석가들은 그동안 다소의 오르내림은 있었지만 양자구도의 대세를 바꾸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이회창후보와 이인제 (李仁濟) 국민신당 후보는 후보등록 직전까지 우월한 2위 확보와, 2위 탈환을 놓고 다투어왔다.

그러다가 상당한 격차를 벌리더니 최근엔 이회창 우위가 확실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분석가들은 이회창.이인제후보 가운데 막판 지지율에서 우세를 보이는 쪽으로 표가 몰리는, 소위 반DJ표의 결집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지 않느냐고 보고 있다.

이회창후보와 이인제후보는 이같은 귀결을 향해 그동안 상대방에게 공세의 초점을 맞춰온 것이 사실이다.

한나라당이나 국민신당은 지지율 1위를 달리는 김대중후보를 이기려면 우선 반DJ의 맹주가 되는 것이 급선무였다.

金후보는 지지율 40%를 넘어서려는 조짐을 보인 적이 있고 아직도 1위를 고수하고 있다.

때문에 金후보로서도 이회창후보를 이기려면 이인제후보의 분발이 관건이다.

대결구도가 단순화된 데는 몇가지의 다른 이유도 있다.

우선은 한나라당과 국민신당은 의석에서 현격한 차이가 있다.

한나라당은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의 탈당에도 불구하고 현재 1백65명의 의원을 확보하고 있다.

반면 국민신당은 초기의 기세가 꺾이면서 교섭단체 구성에 실패했다.

현재 국민신당의 의석은 8석이다.

많은 의석은 한나라당이 보수 중산층에 '안정된 국정운영' 을 호소하는데 유리한 여건을 조성했다.

그런 의석의 차이는 조직력의 차이로 나타났다.

한나라당은 의원들을 중심으로 전국적 조직망을 유지하고 있고, 조순 (趙淳) 총재의 민주당이 합당해 신당참여 인사들의 이탈 전보다 규모를 더 확대시켰다.

선거전이 본격화하면서 이같은 조직은 여러면에서 위력을 발휘했고 후보 개인이 고군분투하는 국민신당과는 격차를 벌였다.

유권자들의 지지강도라는 점에서도 이인제후보는 열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반드시 투표를 하겠다' 는 이른바 충성도에서 김대중.이회창후보에 비해 이인제후보 지지자들은 집착도가 낮았다.

그 결과 이인제 후보는 지난 11월 후반 지지율이 급격히 떨어진 뒤 좀처럼 만회를 못하고 있다.

이밖에 IMF경제난, TV토론, 병역시비와 사퇴공방, 한나라당의 사채조달 논란, 월북한 오익제 (吳益濟) 씨 편지 등 대북관계 사건 등도 판세를 김대중.이회창으로 압축하는 데 다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김교준·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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