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3당 대선후보 회동…IMF에 '신뢰심기' 공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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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과 이회창 (李會昌) 한나라당.김대중 (金大中) 국민회의.이인제 (李仁濟) 국민신당후보와의 회담은 IMF를 향한 긴급 메시지였다.

IMF와 협약체결 이후 정치권 일부와 사회단체 일각에서 '재협상론' '미국의 사주 (使嗾) 설' 이 나오면서 대외신인도는 "한국은 못믿을 나라가 되고 있다" 는 金대통령의 지적처럼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 바람에 IMF가 추가로 돈을 꿔주는데 난색을 표시했고 우리는 금융공황의 다급한 상황에 몰렸다.

급기야 청와대는 3당후보를 다시 모았고 합의사항을 이행한다는 각서를 만들어 이날 대외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청와대는 합의문이 신뢰도 회복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대선결과를 지켜보는 외국인 투자가들의 관망자세에 큰 변화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 IMF 재협상론을 둘러싼 공방은 대선 막판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오전 9시부터 70분간 진행된 회담은 예상대로 IMF 재협상론을 놓고 이회창.김대중후보 사이에 격론이 벌어졌다.

배석한 임창열 (林昌烈) 경제부총리가 "IMF와의 합의사항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면 큰도움이 되겠다" 고 부탁하자 金후보는 "외채총액 통계가 틀리고 제일.서울은행을 국가기업으로 만들어 살리겠다는 것이 시장경제의 원리에 어긋나서 그렇다" 고 불신요인을 들었다.

이에 기다렸다는 듯이 이회창후보는 "요 며칠 사이에 국제신용도가 더욱 나빠진 것은 뭐냐. 오늘 후보들이 다시 만나야 하게 된 이유가 뭐냐" 면서 처음엔 우회적인 공세를 폈다.

金후보는 "IMF와 한국정부 사이에 비밀문서가 공개돼 미국을 비롯, 국제신용이 떨어졌다" 면서 한국정부에 대한 국제적 신뢰 추락을 지적했다.

여기에 이인제후보가 "IMF협상체결 당시보다 지금 무엇이 어떻게 나빠졌는가.

외환위기의 원인을 정치권에 있는 듯이 말하는 것은 문제" 라고 거들었다.

그러자 이회창후보는 "金후보가 재협상을 주장해 이에 놀란 캉드쉬 IMF총재가 창피하게도 대선후보 3명의 각서를 요구했다고 보도됐으며 대외신인도를 떨어뜨렸다" 면서 사과를 요구했다.

金후보는 "엄밀히 말해 추가협상이지, 협상을 전면 다시 하는 재협상 주장은 아니다" 고 반론을 펴면서 "언어의 혼선이 있었다" 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金후보는 "IMF합의는 피를 토할 내용으로 국민의 7할 이상이 재협상을 원한다고 보도됐는데 나혼자에게 모든 것을 떠넘기는 것은 부당하다" 고 반박했다.

이회창후보는 곧바로 "피를 토할 일이지만 합의했으면 지켜야 한다.

정치인으로서 말바꾸기를 한 것을 솔직히 시인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이회창후보가 "재협상 문제가 나왔을 때 정부가 가만히 있었던 것이 잘못" 이라고 집요하게 따지자, 金후보는 "이회창후보의 저에 대한 말씀은 내일 (TV토론에서) 합시다" 고 거듭 제의하는 것으로 대화를 마감했다.

회담후 金대통령과 3당후보들은 IMF합의사항 준수를 다짐하고 '공동발표문' 에 서명한 뒤 사본을 1장씩 나눠 가졌다.

…김대중.이회창후보의 격론으로 분위기는 金대통령을 사회자로 한 토론회처럼 분위기가 흘러갔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두 사람의 논전이 회담의 80%를 소비했음에도 金대통령은 끼어들지 않고 원론적으로 "단합해야 신뢰를 높일 수 있다" 는 말만 했다.

회담에서는 대선이후 金대통령과 차기 당선자와의 국정협력방안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고 신우재 (愼右宰) 청와대대변인이 전했다.

박보균.이정민.신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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