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개조 프로젝트] 대봉이 그 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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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면

지난 8일 지면을 통해 소개된 정대봉(17·계남고2)군. 공부개조프로젝트 네 번째 주인공이었던 정군은 그 후 일주일을 어떻게 보냈을까. 대봉이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프로젝트팀 선생님들을 만난 후 바로 휴대전화를 동생에게 줘버렸어요. 예전에도 엄마가 제 번호를 정지시킨 적은 있었지만 스스로 반납한 건 처음이에요. 불편하기는 해도 큰 문제는 없어요. 친구들과 연락할 기회가 줄어드니까 노는 시간도 자연히 줄어든 것 같아요.

기사가 나간 뒤 친구들을 만났더니 “너 왜 신문에 나왔느냐”며 아는 체하더라고요. “봤어?” 하면서 멋쩍게 웃었더니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봤다’고 하던데요. 한번은 다른 반에 체육복 빌리러 갔는데 그 반 선생님께서 제 기사를 스크랩해 아이들한테 나눠주셨더라고요. 유명 인사가 됐죠, 뭐.(웃음) 으아~ 2주 정도 뒤면 중간고사인데 시험 못 보면 정말 창피할 것 같아요.

참, 요즘은 책 읽는 재미에 푹 빠졌어요. 원래는 1년에 두 권 읽으면 많이 읽는 거였는데. 최근 일주일 동안 한 권을 떼고 또 새로운 책을 읽기 시작했다니까요. 지금 『눈 먼 자들의 도시』 읽는데 정말 재밌어요. 사실 중3 때도 책을 읽겠다고 시도한 적은 있었어요. 고등학교 가면 문학 작품 공부한다고 해서 권장도서를 읽어보려 했는데 너무 재미없어 관뒀어요. 그런데 박재원 소장님께서 아무 책이나 읽어도 된다고 하셔서 지금은 관심 가는 소설을 읽고 있어요. 학교에서 공부를 끝마치고 집에 오면 독서하는 패턴을 유지하려고 해요.

TV는 프로젝트팀이 다녀간 뒤 일주일이 지나서야 없앴어요. TV 없이 지낸 지 며칠 안 됐는데도 되게 오래된 것 같네요. 하하. 집에 오면 야식 먹으면서 리모컨을 쥐던 습관이 쉽게 사라지지 않아요. 리모컨을 찾다가 ‘아차’ 할 때도 있었어요. 동생들이 조금 심심해하기는 하는데 덕분에 책 보는 시간이 많아져 잘 된 것 같아요. 남동생도 이제 중3이니까 공부해야죠.

프로젝트팀 선생님이 말씀하신 아침·저녁 10분씩 계획·점검도 실천하고 있어요. 학교에선 쉬는 시간에 틈틈이 영어 교과서를 들여다보고요. 야자 시간에도 복습 다하고 시간이 남으면 영어 교과서를 보거나 수학 문제를 풀어요.

지난 주말엔 멘토를 해주기로 한 윤슬기 형하고 아침에 만나 공부했어요. 일주일 동안 공부하면서 못 풀었던 수학 문제도 알려줬고요. 중간고사 대비 공부 계획도 세웠죠. 이번 시험에서는 영어와 수학에 좀 더 집중할 생각이에요. 일단 중간고사 때까진 시험에 열중하고, 그 후엔 인터넷 강의를 들으려고요.

엄마도 좀 달라지신 것 같아요. 전에는 학교 끝나고 돌아오면 TV를 보면서 쳐다보지도 않을 때가 있었거든요. 요즘은 “공부하니” 하면서 다정한 말투로 물어보시기도 해요. 엄마 같지가 않더라니까요.(웃음) 엄마도 노력하고 계신 거겠죠.

글쎄요. 사실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이렇게 해서 성적이 오를지… 그래도 공부가 지겹다는 느낌은 줄어들었어요. 2주 뒤 중간고사에서 성적을 많이 올리기는 힘들겠죠. 하지만 열심히 해서 꼭 좋은 모습 보여 드릴게요.”

최은혜 기자

▶[관련기사] 공부 개조 프로젝트 참가자 계남고등학교 2학년 정대봉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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