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을 빛낸 스포츠 스타]3.선동열…일본 잠재운 '나고야 수호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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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언제부터인가 그에게선 표정이 사라졌다.

더이상 오를 고지도 없고 던지면 이겼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선동열 (주니치 드래건스) 은 말 그대로 피칭 머신이었다.

그러나 일본에 진출한 96년 '그토록 당연하던 승리' 는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

마운드에 올라 가쁜 호흡을 달래는 그의 모습은 국내에서는 볼 수 없었던 '갈등하는 투수' 의 모습 그대로였다.

결과는 5승1패3세이브. 하지만 상처받은 자존심은 그의 승부근성을 깨웠다.

바닥을 딛고 일어서 일본프로야구를 호령하던 올여름, 그의 모습은 얼마나 당당했던가.

그의 강속구에 일본 프로야구의 강타자들이 줄줄이 무릎을 꿇었다.

센트럴리그 연속구원 신기록 (18연속) 이 그의 수중에 들어왔고 난공불락이던 한시즌 최다세이브기록도 그의 발앞에 떨어졌다.

1승1패38세이브. 팀의 부진으로 자주 등판하지 못해 구원 1위를 빼앗겼지만 일본진출 2년만에 그는 멋지게 부활했다.

그는 일본진출로 사랑하는 어머니의 임종도 하지 못했다.

그의 진로에 큰 영향을 준 어머니였기에 충격은 컸다.

일본에서 첫해 성적부진의 한 원인이 되기도 했다.

선동열은 12일 귀국한다.

'불우이웃돕기성금 1억원 기부' 라는 훈훈한 인정과 영광을 안고서.

김홍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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