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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후보 장남 병역공방 '007' 첩보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병무청 8급직원 이재왕씨가 이회창한나라당후보의 장남 정연씨 병역관련 의혹을 제기한 10일 밤 국민회의.한나라당은 '007첩보전' 을 방불케 하는 긴박한 공방전을 펼쳤다.

이날 오후8시반. 국민회의 대변인실은 각사 출입기자에게 일제히 전화를 걸었다.

"8시 40분에 마포 H호텔에서 병무청직원이 정연씨 병역문제를 양심선언한다" 는 것. 신분을 일일이 확인한 뒤 "1593호 객실로 올라가라" 고 귀띔했다.

정동영 (鄭東泳) 대변인.천용택 (千容宅) 의원 등이 배석한 기자회견 도중에도 당직자들은 낯선 얼굴을 찾아내는 등 보안에 철저를 기했다.

국민신당측 인사 한명이 발각돼 쫓겨났다.

이재왕씨는 일문일답도 하는둥 마는둥 당직자들에 에워싸여 사라졌다.

10일전께 李씨의 제보를 받았다고 주장한 국민회의는 미국에서 귀국한 이회창후보의 차남 수연씨가 키를 재고 부재자투표 전날이기도 한 10일 밤9시 뉴스직전을 거사시점으로 택했다.

한나라당도 비상이 걸렸다.

밤9시 뉴스직후 최병렬 (崔秉烈) 선대위원장이 고흥길 (高興吉) 후보특보와 이병효 (李炳孝) 보좌관을 긴급 호출했다.

이들은 비장하던 자료가 담긴 서류보따리 2개를 들고 나타났다.

정연씨의 서울대병원진료기록, 출입국관리기록 등을 면밀히 검토한 한나라당측은 즉각 "이재왕씨가 정연씨를 만났다는 90년 10, 11월에 정연씨는 한국에 있지도 않았다" 는 사실을 확인, 조간신문의 마감직전 반박성명을 발표했다.

이재왕씨가 금품을 받고 일을 꾸몄다고 주장한 한나라당은 출국금지 요청.검찰고발 등 긴급대응이 이어졌다.

李씨의 부인이 최근 "남편이 기자회견만 하면 10억원쯤 받아 함께 지중해로 갈 것" 이라고 친구 유희경씨에게 말했다는 제보를 입수받아 11일 아침 유씨를 긴급수배, 당사에 나오도록 했다.

또 유씨로부터 이같은 얘기를 들었다는 친구 서순복 (徐順福.43) 씨가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은 사실을 확인시켰다.

'부재자투표' 에의 악영향을 최소화하려는 발빠른 행보였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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