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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호씨 "혼자 해보려다 일 그르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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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 대한항공 952편으로 귀국길에 오른 김천호 사장의 어두운 표정.

"김선일씨를 혼자 구해보려다 결국 일을 그르쳤다. 죽고 싶은 마음이다."

두바이를 거쳐 인천공항에 도착하기까지 가나무역 김천호 사장은 내내 이 말을 반복했다.

-한두 시간 후면 한국에 도착한다.

"모든 것이 내 책임이다. 대사관에 알리지도 않고 나로선 최선을 다했지만 불행한 결과가 나왔다. 모든 분들께 죄송하고 용서를 빌고 싶다."

-김씨가 행방불명된 뒤 뭘 했나.

"5월 31일 이후 3~4일간 김씨의 행방을 추적하기 위해 노력했다. 6월 2일부터는 부대와 연락을 취했다. 상황이 안 좋으면 부대에서 자고 오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6월 3일 부대에 없다는 최종확인 전화를 받았다. 큰일났다고 생각했다."

-김씨를 찾기 위해 무슨 일을 했나.

"6월 4일부터는 초조해서 잠도 못 잤다. 그후 1주일 동안 자체 수색작업을 벌였다. 직원 두명을 보내 팔루자 시내를 뒤졌고 나와 다른 직원 두명은 팔루자~바그다드 간 고속도로를 오가며 사고지점들을 수색했다. 지역 내 경찰서.영안실까지 뒤졌다."

-무장세력에 잡혔다는 소식을 들은 뒤엔.

"팔루자 지역의 무장단체에 억류돼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여러 단체가 억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얼굴을 보여 달라는 요구에 응하는 단체들은 하나도 없었다. 운전기사의 가족들도 팔루자에서 수소문을 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협상은 누구와 진행했나.

"납치 단체가 누구인지 정확히 파악할 수 없었다. 팔루자 지역의 최대 무장단체에 도움을 청했다. 처음에는 끼어들기 싫다고 거부했지만 사람을 보내 알아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살해되기 전까지는 이 무장단체로부터 김씨가 무사하며 곧 풀려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직접 협상을 벌였나.

"주로 전화를 통해 소식을 듣곤 했다. 오라고 할 때만 변호사가 가서 만났다. 돈을 건네준 일은 없었다. 직접 협상을 한 일은 없다."

-왜 대사관에 알리지 않았나.

"대사관에 알리는 것 자체가 김씨 신변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믿었으며 협상이 긍정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고 생각했다. AAFES가 적절한 도움을 줄 것이라고도 믿었다. 김씨의 피랍으로 인해 한국의 파병에 악영향을 주거나 대사관에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생각도 있었다."

-비디오가 방영된 시점에 모술에 간 이유는.

"협상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하고 업무상 그곳에 갔다. 일부에서 모술의 미 정보기관과 만났다고 하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

대한항공 952편=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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