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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장관·민주노총위원장 ‘날 선 상견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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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13일 오후 임성규 민주노총 신임위원장이 인사차 정부 과천청사 이영희 노동부 장관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은 비정규직법 개정 등 현안에 대해 날 선 공방을 벌였다. 노동부 장관과 민주노총 위원장이 회동한 것은 지난해 3월 이석행 전 위원장이 과천 청사를 찾은 지 1년여 만이다.

이영희 노동부 장관(右)과 임성규 민주노총 신임위원장左이 13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만나 최저임금 문제 등 노동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두 사람은 마주 앉자마자 웃음기가 가신 얼굴에 굳은 표정을 지었다.

임 위원장이 포문을 열었다. 그는 “노동자를 위한 노동부인가 싶다. 비정규직법을 나쁜 쪽으로 개악하려는 것만 봐도 그렇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노동부는 근로자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고용 안정과 생활 안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견해가 달라도 다른 쪽도 살피면서 폭넓은 생각을 가져달라”고 맞받았다.

임 위원장의 표정이 확 달라졌다. 그는 “견해가 다른 것이 아니다.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쪽으로 법을 개정하려 하고, 가장 낮은 계층을 살펴야 할 노동부가 최저임금을 낮추려 한다. 어찌 감히 노동부가 이럴 수 있느냐”며 언성을 높였다.

이 장관은 “(민주노총은) 지난 1년간 현 정부를 ‘친기업, 반노동’이라고 단정하고 지나치게 비난했다. 섭섭하고 유감이다”며 “자주 만나면 오해가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면담은 1시간20분가량 비공개로 진행됐다. 양측은 이 자리에서 현안에 대해 수시로 실무협의를 갖기로 했다. 노동부 권혁태 노사갈등대책과장은 “화물차 운전자의 노조 설립 문제와 같은 현안에 대한 입장 차가 분명했다”며 “향후 자주 만나 이해의 폭을 넓히기로 했다”고 말했다. 권 과장은 또 “필요하면 언제든지 이 장관과 임 위원장이 전화하기로 했다”고 해 사안에 따라 ‘핫라인’을 가동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에 복귀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지는 양측의 협의는 한계가 있을 전망이다. 임성규 위원장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노사정위와 같은) 사회적 대화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정부와 독자적으로 교섭할 것”이라고 했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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