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뉴스 인 뉴스 <11> 2008 미국 CEO 연봉 살펴보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9면

김필규 기자


미국에서 정보기술(IT) 거품 붕괴가 마무리되던 2002년 이후 최고경영자(CEO)들의 급여는 줄곧 오름세였다. 월가의 금융회사를 필두로 헬스케어·IT 업체의 CEO들은 매년 신기록을 세우며 몸값을 부풀렸다. 그러다 지난해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최악의 경기 침체를 맞자 하락세로 돌아섰다.

6일 월스트리트 저널(WSJ)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CEO들이 받은 연간 총급여의 중간값은 756만 달러(약 102억6270만원)로 전년에 비해 3.4% 줄었다. 매달 현금으로 받는 기본급의 중간값은 108만 달러(약 14억6340만원)로 4.5% 올랐지만 보너스가 10.9%나 감소했다. 경기 침체 탓에 회사 실적이 곤두박질치자 보너스를 확 줄인 것이다. 하지만 스톡옵션 등의 장기 성과급 액수는 큰 변화가 없었다. 이 수치는 컨설팅업체 헤이그룹(Hay Group)이 지난해 10월부터 현재까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각 기업 위임장을 집계한 것이다. 매출 규모 50억 달러 이상 대기업 200곳을 대상으로 했다.

특히 경제위기의 진원지였던 금융권 CEO의 급여 감소가 두드러졌다. 이들의 지난해 총급여 중간값은 760만 달러(약 102억9800만원)로 전년 대비 14.2% 줄었다. 기본급·보너스 등 현금 급여액은 43%나 감소했다.

연봉 1달러만 받겠다고 큰소리 쳤지만…

통상 미국 CEO들의 보수는 네 가지로 구성된다. 기본급(Salary)과 단기 성과급(Short-term Incentive), 장기 성과급(Long-term Incentive), 그리고 복리후생(Benefits)이다. 기본급과 보통 보너스라고 부르는 단기 성과급이 그해에 현금으로 쥘 수 있는 보수다. 장기 성과급은 주로 주식과 관련된 것으로 스톡옵션과 양도 제한 조건부 주식 지급(Restricted Stock grants) 등을 말한다. 양도 제한 조건부 주식은 CEO가 보수로 지급받은 주식을 일정 기간이 지나기 전엔 팔지 못하도록 제한을 둔 것이다. 주가가 오르고 내림에 따라 결국 자기 재산의 가치가 결정되니 CEO에겐 경영에 대한 책임감을 높일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제도를 ‘황금수갑(Golden Handcuffs)’이라고도 한다. 미국 기업의 절반 이상이 이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복리후생 비용도 CEO 보수의 중요 요소다. 은퇴 후 연금·건강관리비 등을 비롯해 ‘퍽스(Perks, Perquisites의 속어)’라고 불리는 부수입 역시 연봉 계약에 포함된다. 그동안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던 전용 제트기, 골프클럽 회원권, 전용 경호원 등이 대표적인 ‘퍽스’다. 간혹 퇴직 후 연봉의 10배 이상을 지급하도록 하는 등 과도한 규정을 복리후생 계약에 집어넣은 경우도 있다. 이는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막기 위한 장치로 ‘황금 낙하산(Golden Parashute)’이라고도 불린다.

주가 폭락에 스톡옵션 가치 확 줄어

헤이그룹의 발표에 따르면 미국에서 지난해 ‘연봉 킹’은 모토로라의 CEO인 샌제이 자가 차지했다. 기본급과 성과급 등을 모두 합쳐 총 1억400만 달러(약 1409억2000만원)를 받았다. 그는 퀄컴의 최고운영책임자(COO)였지만 지난해 8월 위기의 모토로라를 구할 적임자로 긴급 영입되면서 거액을 거머쥐게 됐다. 퀄컴에서 48만4600달러를 받았던 그의 몸값은 무려 200배 이상 껑충 뛰었다. 2위는 옥시덴탈페트롤리엄의 CEO인 레이 이라니로 4990만 달러를 받았다. 3위는 월트디즈니의 로버트 아이거(4970만 달러), 4위는 씨티그룹의 비크람 팬디트(3822만 달러)였다.

씨티그룹은 정부로부터 450억 달러(59조6000만원)라는 엄청난 액수를 지원받고 결국 국유화됐지만 팬디트 CEO는 미리 체결한 계약 덕분에 이 같은 액수의 보수를 챙길 수 있었다. 그나마 보너스 지급은 없었다. 구글의 에릭 슈미트,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기본급 1달러만 받으면서 보너스나 주식 등 다른 보수를 전혀 받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1위와 2위의 총액 차이가 두 배 이상 나지만 실제로 지난해 현금을 많이 벌어들인 CEO는 2위인 옥시덴탈페트롤리엄의 이라니다. 2007년에 받았던 스톡옵션을 주가가 폭락하기 전인 지난해 초 행사하면서 무려 2억 달러나 현금으로 벌어들였기 때문이다. 반면 1위인 모토로라의 샌제이 자 CEO는 대부분의 보수를 주식으로 받았기 때문에 당장 손에 쥔 현금은 없다. 그나마 1억400만 달러란 숫자도 지난해 지급받을 당시 주가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따라서 당시 10달러가 넘었던 모토로라 주가가 5달러 밑으로 추락한 현재로선 그의 보수액도 형편없이 줄어들었다.

대부분의 CEO가 이와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 헤이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이들 CEO가 받은 보수의 3분의 2가 주식으로 지급됐다. 모두 지난해 지급 당시 가격으로 액수를 산정했던 터라 주식시장이 폭락한 지금, 현재 가격으로 보수를 다시 계산하면 하락 폭이 훨씬 클 것이라고 WSJ는 분석했다.

뉴스 클립에 나온 내용은 조인스닷컴(www.joins.com)과 위키(wiki) 기반의 온라인 백과사전 ‘오픈토리’(www.opentory.com)에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궁금한 점 있으세요? e-메일 기다립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