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지금 브로드웨이는]3.사이먼 앤드 뮤지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브로드웨이는 토니상을 향해 달린다.

매년 6월초에 있는 토니상은 영화의 아카테미상과 같이 수상자 (작)에게 흥행과 성공을 안기는 '아메리칸 드림' 의 상징이다.

전년 9월부터 5월말까지 공연된 작품 (뮤지컬.연극) 을 대상으로 수상작 (자) 을 결정한다.

과연 내년 토니상의 향방은? 브로드웨이 관계자들은 '라이언 킹' 과 '래그타임' 을 집중 거론하는 가운데, 복병의 출연을 예고했다.

미국 포크록의 전설적 듀오 '사이먼 앤드 가펑클' 의 폴 사이먼 (56) 이 만든 뮤지컬 데뷔작 '케이프먼' 이 바로 다크호스다.

지난 1일 최신식 마키스극장에서 프리뷰 (내년 1월8일 정식 개막)에 들어간 '케이프먼' 은 59년 뉴욕을 뒤흔들었던 푸에르토리코 출신 소년 살해범 살바도르 아르곤 (당시 16세)에 관한 실화다.

갱단의 보스였던 아르곤은 두명의 청소년을 살해한 혐의로 뉴욕시 역사상 처음으로 전기사형을 선고받은 인물이다.

사이먼이 이 사건에 관심을 갖고 뮤지컬화를 결심한 것은 89년부터. 이후 사이먼은 노벨문학상 수상자 데렉 월코트 (극본) 와 명연출가 마크 모리스 (연출.안무) 를 규합해 4년전부터 본격적으로 무대화 작업을 서둘렀다.

사이먼 자신은 작곡과 각색을 담당했다.

제작비만도 1천1백만달러에 육박하는 대작. 이미 제작단계부터 유명세를 탔던 '케이프먼' 이 프리뷰를 통해 브로드웨이에 진출하면서 본격적인 입방아에 올랐다.

문제의 핵심은 역시 실화의 중대성에 대한 관점의 차이때문이다.

비록 뮤지컬이라고 해도 명백한 살해범에 대해 자칫 미화 혹은 면죄부를 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反케이프먼파' 의 견해다.

이미 뉴욕타임스도 이점에 대해 조심스런 우려를 표했다.

그러나 사이먼의 반격도 만만찮다.

그는 "면죄부 운운하는데는 관심이 없다" 며 "사건의 기저에 있는 사회적 배경, 그를 통해 살인자가 아닌 한 인간의 인생을 조명해 보고 싶었다" 고 반박했다.

또한 그는 이런 소재를 질료로 해서 라틴음악과 춤 (살사) 의 무대화 작업에 더 관심을 두었다고 밝혔다.

아직 작품 자체에 대한 본격적 평 (관례상 정식공연이 아닌 프리뷰는 평가의 대상이 아니다) 은 없다.

하지만 '케이프먼' 은 이런 장외논쟁과 사이먼이란 명성때문에 벌써 3백50만달러어치의 예매표를 파는 등 흥행을 보장받은 상태. 또한 빌보드지 라틴음악 책임자 존 래너트는 "이 작품이 히트한다고 해서 라틴음악의 붐조성까지는 안가더라도, 대중의 관심도를 높이는데는 기여할 것" 이라고 전망했다.

11년전 아프리카 리듬의 '그레이스랜드' 앨범을 들고 나왔던 사이먼. 이번 뮤지컬을 통해 라틴음악에 심취한 그가 그래미상 16번 수상의 관록을 재현하며 뮤지컬의 정상까지 차지할 지 지금 브로드웨이가 뜨겁다.

사이먼이 주는 교훈은? 끊임없는 음악적 가치구현 추구와 과감한 변신, 바로 그것이다.

뉴욕 = 정재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