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뇌를 알고 공부하자] 책 잘 읽게 하려면 … 눈과 귀의 협동 능력 키워 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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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능력을 키우기 위해 초등학생들이 뇌파훈련을 하고 있다. [HB두뇌학습클리닉 제공]

상담을 하다보면 아이가 문제의 답은 아는데 문제를 몰라서 틀리는 것을 호소하시는 엄마들이 많이 계시다. 한때는 필자의 아들도 문제를 읽어주면 답을 찾는데 혼자서 문제를 읽고는 무엇을 묻는지 몰라 답을 못 찾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엄마 입장에서는 답답하기만 한 일이다. 답을 몰라서 틀린다면 이해나 가지 한글을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쉬운 문제를 못 풀고 낑낑대는 모습을 보면 짜증이 절로 난다.

이 경우 문제를 틀렸을 때 ‘아는 문제를 틀렸다’고 할 수 있을까?

정답은 ‘아니다 모르는 문제를 틀렸다’ 다. 시험은 아이가 답을 아는지에 국한되지 않는다. 문제가 무엇을 물어 보는지 해독하는 능력의 검증도 함께 보는 것이다.

왜 읽고도 무엇을 물어 보는지 모를까? 실제로 책이나 지문을 읽을 때 아무리 천천히 또박또박 읽게 해도, 다 읽고 나서 읽은 내용이 무엇인지 모르는 아이가 의외로 많다.

이런 아이들은 읽기에 문제가 있다. 부모님들은 아이가 글을 꼼꼼히 또박또박 읽어 내는 모습만 보고 내용을 잘 이해하고 기억도 잘 할 것이라 오해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또박또박 단어 하나하나를 꼼꼼히 읽게 되면 전체 내용에 대한 이해도 떨어진다. 그리고 글을 지나치게 꼼꼼히 읽으면, 두뇌의 작업기억(워킹메모리) 한계에 부딪쳐 길고 복잡한 문장은 구조화 자체가 되지 않으며 읽은 내용이 머릿속에 저장되지도 않는다.

책을 읽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입으로 소리를 내거나 머릿속으로 음을 생각하며 또박또박 읽는 음독법과, 발성과 조음을 차단하고 의미단위 덩이로 개념을 정리해가면서 빠르게 뇌로 읽는 ‘브레인 리딩’이 그것이다.

음독은 유아시절 글자를 처음 배울 때 생긴 습관이다. 그러나 성장기에 책을 많이 읽으면 글 읽는 방법이 서서히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음독이 줄어들고 자연스럽게 의미단위 덩이로 읽게 되며 글 읽는 속도도 빨라지기 시작한다.

글 읽는 속도란 바꿔 말하면 글을 이해하는 속도 즉 문자정보 처리 속도이다. 글 읽는 속도가 느리다는 것은 두뇌의 문자정보 처리능력이 낮다는 뜻이다.

똑같은 책으로 똑같은 시간 공부를 해도 어떤 사람에게는 지식이 쌓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지식이 쌓이지 않는 원인의 상당부분도 여기에 있다. 지식을 두뇌에 입력시키는 방법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어려서 독서습관의 중요성과 책을 많이 읽은 아이들의 학습능력이 좋은 까닭이 여기에 있다.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은 한글을 아는 아이라면 누구나 있는 당연한 능력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뜻밖에도 글을 제대로 읽는 아이들이 많지 않다. 많은 아이들이 입으로 중얼중얼 소리 내어 읽거나, 속 발음을 하면서 읽는다. 또한 손가락을 짚으며 읽거나 온통 밑줄이나 동그라미를 쳐가며 읽고, 읽던 글줄을 놓치고 이미 읽은 곳을 몇 번씩 다시 읽는 등 극히 미숙한 독해 패턴을 가지고 있다.

흔히 독서는 눈이 하는 것으로 착각하기 쉬우나, 독서는 눈이 하는 것이 아니라 뇌가 하는 것이다. 눈은 단지 문자기호의 채집단계에서 눈과 귀의 협동 작업을 통해 뇌로 보내는 역할의 한 부분을 담당 하는 것에 불과하다. 문자기호를 채집하는 정보의 입력단계는 눈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라 귀와의 협동 작업이 중요하다.

하지만 글 읽는 속도가 느린 이유는 두뇌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눈과 귀의 정보처리 습관의 미숙 때문이다. 눈과 귀가 협동 작업을 통해 문자기호를 채집하고 뇌로 입력하는 기능이 미숙하기 때문에 글 읽는 속도가 느려진 것이다. 그럼으로 눈과 귀의 활동성과 협동 작업능력, 정보처리 패턴만 교정하면 누구라도 읽기 능력이 개선된다.

읽기에 미숙하거나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난독증이라 한다. 난독증이란 단어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주 생소한 단어로 흔히 난독증이란 책을 잘 못 읽는 것으로만 생각하기 쉽지만 난독증이란 책을 못 읽는 것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정보를 받아들이는 청 지각, 시 지각, 촉각 등 신경학적 정보처리 기능의 문제로 나타난다. ‘읽기가 힘들다,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주의 집중력이 떨어진다, 순차적 정보처리능력이 떨어진다. 운동 표현능력이 떨어진다.’ 등의 학습장애가 모두 난독증에 해당된다.

난독증에 해당되는 대부분의 아이는 IQ는 정상 범위에서 떨어지지 않지만 학습 상황에서 곤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학습을 듣기학습(좌뇌학습), 보기학습(우뇌학습), 하기학습(우뇌학습)으로 구분한다면 난독증이 있는 아이들은 탁월한 보기 학습법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림, 도형을 보는 작업은 뛰어나다. 그러나 단어를 소리 내어 읽는 대신 눈으로 보고 외우려는 경향이 있어서 읽기 능력을 가로막는 요인이 된다.

 

어려서 독서습관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하여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러나 읽기와 관계된 정보처리과정에 문제가 있어 읽기를 싫어하는 아이에게 읽기를 강요하는 것도 아이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 아이가 읽기를 싫어하거나 미숙하다면 읽기와 관계된 어던 문제가 있는지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글=현상태 소장 HB두뇌학습클리닉 (041)554-7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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