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테러리스트 자칼,프랑스 법정에 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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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천 (千) 의 얼굴을 가진 세기의 테러리스트 카를로스 자칼 (48) 이 오는 12일 마침내 법정에 선다.

지난 70년대부터 94년 체포되기까지 국제테러 수배자 1호로 악명을 날렸던 카를로스는 75년 경찰관 등 3명의 프랑스인을 살해한 혐의로 파리 중죄재판소에서 재판을 받는다.

그에게는 또 이를 시작으로 모두 6건의 재판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카를로스는 94년 8월 프랑스 수사대의 작전으로 은신중이던 아프리카 수단에서 체포돼 파리로 압송됐다.

카를로스가 일약 세계적 테러스타로 떠오른 것은 75년 12월 오스트리아 빈의 석유수출국기구 (OPEC) 회의장 인질사태에서였다.

그는 부하 단원들과 OPEC 회의장을 덮쳐 70명의 고위급 인질을 잡고 대치한 끝에 3명의 희생자를 내고도 5천만달러의 몸값을 챙겨 비행기를 타고 유유히 탈출했다.

그는 당시 선글라스에 베레모 차림으로 오스트리아 내무장관과 담판을 벌이는 대담성을 보였다.

이후 그는 신출귀몰하는 잇따른 테러활동으로 전설적인 신비의 인물로까지 묘사되기도 했다.

본명이 일리치 라미레스 산체스인 카를로스는 49년 남미 베네수엘라의 돈많은 변호사 집안에서 태어나 마르크스주의자였던 아버지 뜻에 따라 모스크바의 파트리세 루뭄바 대학에서 공부했다.

그가 테러활동을 시작한 것은 모스크바에서 팔레스타인해방인민전선 (PFLP) 의 지도자 조지 하바시를 만나면서부터. 그는 70년부터 팔레스타인 '검은 9월단' 과 일본 적군파 등 국제 테러단체를 전전했다.

그는 82년 독일 적군파 요원 막달레나 코프와 시리아에서 결혼, 딸을 낳았다.

카를로스는 93년 수단에 정착해선 요르단 출신 여성과 재혼했다.

카를로스의 테러활동은 영화 '본 아이덴티티' , 소설 '자칼의 날' 에 등장하는 암살자 자칼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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