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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후보 IMF재협상타령에 "해외투자자 한국 못믿는다"…미국 정책분석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자기들 스스로 취해 온 행동의 결과임을 인정하기보다 몇몇 나라들은 금세 외부 요인을 탓하고 있다.

국제금융을 움직이는 일부 투자자들은 이를 '위기의 근본원인을 고치겠다는 진정한 의사가 없다' 는 것으로 받아들이며 다른 투자처를 찾고 있다. "

동아시아 금융위기와 각국의 대응자세에 대해 워싱턴의 보수적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 정책분석가인 브라이언 존슨은 이같이 주장한다.

워싱턴에 나와 있는 한국 정부기관의 한 대표자는 요즘 한국에서 전해오는 소식에 좌불안석이다.

"지금은 일단 IMF의 조건을 이행한다는 의지가 표명돼야 신뢰회복에 도움이 될 때다.

IMF나 미 재무부의 판단도 그렇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국제금융자본들이 한국에 대해 안심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반응은 이들을 더 불안하게 하고 있다.

" 그는 특히 대통령 후보들의 'IMF 조건 재협상' 발언은 표에 눈이 어두워 국가위기의 골만 더 깊게 파이게 할 뿐인 얄팍한 선거전략이라고 혀를 찬다.

IMF와의 협상결과는 정권교체와 관계없이 지켜야 할 '국가의 약속' 이고, 만일 경제상황이 생각보다 빨리 호전된다면 IMF 스스로 당연히 여러 조건들을 우리 정부와 마주앉아 '조정' 할 터인데 돈이 다 나오기도 전에 '협상' 을 다시 한다는 말이 어째 한국에서부터 먼저 나오느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 IMF의 한 관계자는 "IMF가 2백10억달러를 지원키로 했다고 그 돈이 다 손에 들어온 줄 아는 모양인데 당장 오는 18일과 내년 1월8일로 예정된 자금지원도 아직 조건이 다 타결되지 않은 상태" 라고 말한다.

뉴욕의 한 한국계 금융기관 책임자도 "IMF 지원규모보다 국제금융자본들의 신뢰회복이 중요한데 IMF의 지원조건이 심하다는 비난에 몰두하는 한국에 누가 선뜻 돈을 빌려 주겠느냐" 고 반문하며 "바깥 세상의 반응은 매우 냉담하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고 안타까워했다.

IMF 내부에서도 "그간 한국 정부가 주장해 온 구조조정과 금융자율화는 말에 그쳤을 뿐 행동이 따르지 않았으며 이번 기회에 버릇을 고쳐야 한다" 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워싱턴의 한 관계자는 전했다.

미 의회 일각에서는 IMF의 구제금융없이 시장에 그대로 맡겨 놓으면 필요한 경제개혁이 훨씬 더 빨리, 자발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논리아래 미 행정부의 IMF 출자금에 대한 추가 출연 등을 거부하고 있다.

워싱턴 = 김수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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