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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TV합동토론]이모저모(9)…주제는 정치, 토론은 경제치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1일 TV토론 1라운드를 치른 3당후보는 6일만에 2라운드에 마주 앉았다.

그 사이에 IMF 개입이라는 큰 사건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2라운드의 주제가 정치분야였지만 IMF문제가 토론의 상당부분을 지배했다.

후보들은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면서도 1차때 인신공격.비방에 쏟아졌던 비판을 기억한듯 비방을 거의 하지 않았다.

…이회창후보는 김대중.이인제후보를, 이인제후보는 김대중.이회창후보를 열심히 공격했다.

그러나 金후보는 이회창후보만 물고 늘어졌을뿐 이인제후보에 대해선 거의 화살을 날리지 않았다.

이는 金후보가 이인제후보의 기세를 살려 이이제이 (以李制李) 하려는 전략을 드러낸 것이었다.

병역문제에서도 金후보는 이회창후보 아들은 건드리면서도 이인제후보의 입영기피의혹은 건너 뛰었다.

IMF 각서소동을 놓고도 金후보는 이회창후보와만 설전을 벌였다.

…이인제후보는 1차 토론회와는 달리 '국민회의 2중대' 라는 한나라당의 공세를 의식한듯 이회창.김대중후보에 대한 공격비율을 적정하게 섞었다.

당시 다른 두 후보로부터 십자포화를 받았던 이회창후보는 이번 토론회에선 상대적인 여유를 보였으며, 김대중후보는 굳고 심각한 표정을 때로 보이기도 했다.

이인제후보의 제스처는 지난번보다 다소 작아졌다.

그러나 강조해야 할 부분엔 두손을 적당하게 벌려 올렸다 내렸다 하며 설득력을 높이려 했다.

이인제후보는 IMF 합의문에 서명했던 상황을 설명하는 대목에선 "대통령이 모자라 후보들이 서명하게 됐다" 며 울분에 찬 표정을 지었다.

'정치적 아버지' 에 대한 '인간적인 공격' 을 한 것이다.

이회창후보는 흥분하는 모습을 이번엔 내보이지 않아 지난번 '반말 투의 실수' 를 다소 만회한 듯하다.

강한 공격에도 웃으면서 대응했다.

그는 아들의 병역의혹에 대한 이인제후보의 끈질긴 질문에 "어허허" 하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회창후보는 "하도 엉뚱해 답을 안하려 했는데…" 라며 "둘째 아들이 곧 귀국하면 이인제후보가 곤혹스러워질 것" 이라고 받아 넘겼다.

김대중후보는 자주 목이 잠겨 '으흠' 하면서 목청을 골랐으며 제한시간을 4~5번 초과했다.

金후보는 한쪽 손을 들어 수직으로 내리치는 제스처를 자주 취했다.

金후보는 이회창후보가 IMF구제금융에 신중론을 펴고 金대통령의 APEC 방문을 반대한 사실에 대해 "앞날을 내다봐야 했다" "문제를 판단하는데 있어 지도자로서 걱정스럽다" 고 힐난했다.

1차 토론이후 6일동안 정당연설.거리유세등에 바빴던 후보들은 모두 약간 목이 쉰 상태였다.

후보들은 시간을 지키려 꽤 신경쓰는 모습이었는데 金후보는 스톱워치를 사용하면서 시간을 넘기지 않으려 애썼다.

…2차토론의 주제는 정치.외교.안보등이었지만 경제위기의 심각성을 충분히 반영하듯 후보들은 위기책임론을 시발로 창과 방패를 꺼내들었다.

이인제후보는 "40대 지도자 박정희대통령처럼 40대인 나도 기적을 이루겠다" 고 약속했고, 이회창후보는 "소신.정직.성실로 나라를 구할테니 맡겨달라" 고 호소했다.

金후보는 "나는 경제를 좀 안다" 면서 "집권하면 1년내 (IMF체제를 탈출하겠다) " 라고 말하는 찰나 시간초과로 발언이 끊겼다.

신문광고에선 '1년반 안' 이라고 공약했으니 金후보는 6개월을 단축한 것이다.

유권자들에 대한 마지막 2분간 호소에서 세 후보는 더욱 뜨거운 공방을 벌였다.

이인제후보는 "한.일합방 당시에도 이완용 (李完用) 이가 대신들에게 '이왕 합방됐으니 대책이나 논의하자' 고 했다" 며 이회창후보를 겨냥한 뒤 "국가부도를 방치하고 책임져야 할 집단에 다시 국가경영을 맡기는 것은 옳지않다" 고 강조. 이인제후보는 "나라가 이렇게 된 것은 3金정치 때문" 이라며 "그러나 세대교체가 없는 3金청산.정권교체는 허구" 라고 세대교체를 역시 최우선으로 강조. 이회창후보는 "나라가 엉망이고 도탄지경인 이 때에도 셋이 모여앉아 이런 아옹다옹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부끄럽다" 며 자신에 대한 상대후보들의 협공을 비켜갔다.

그는 "구시대 정치에서 새롭고 깨끗한 정치로 정권교체가 돼야 한다" 고 거듭 역설. 이회창후보는 "평생 살아온 소신과 깨끗한 정치로 경제를 튼튼히 이뤄내겠다" 며 "다른 걸 볼 때가 아니다.

이 나라를 구하도록 내게 맡겨달라" 고 호소했다.

김대중후보는 "이순신장군은 원균이 나라를 망하게 한 뒤 12척 배를 이끌고 나라를 구했다" 며 "나는 4천5백만 국민이 있고 가장 준비된 후보인 만큼 기대한 것 이상으로 해낼 것" 이라고 경제회생 적임자임을 주장. 金후보는 또 "나는 한강의 기적시대와 손잡고 있다" 며 "나라 밖에도 클린턴.하시모토등 많은 친구가 있는 만큼 집권후 미.일을 방문, 부탁할 것은 부탁하고 따질 것은 따져 국익을 지키겠다" 고 공약.

…생방송이 진행된 문화방송 D스튜디오에 이인제.이회창.김대중후보 순으로 입장. 이인제후보에 이어 이회창후보가 3분후 입장했는데 두사람은 가벼운 악수만 나눴을뿐 대화는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다.

세 후보는 카메라 포즈를 취하기 위해 나란히 섰지만 분위기가 너무 어색해 카메라기자들이 요청한 후에야 세 후보가 손을 잡으며 웃음을 띤 표정을 보여줬다.

한편 방청석의 한나라당 이사철 (李思哲) 대변인과 국민신당 이철용 (李喆鎔) 위원장이 욕설을 하며 삿대질까지 한 소동이 벌어졌다.

발단은 이회창후보가 아들의 병역문제를 다시 거론한 이인제후보의 질문에 답변하던 도중 이철용위원장이 내뱉은 거친 표현 때문이었다.

통로를 사이에 두고 두자리 건너편에 앉아 있던 李대변인이 이를 듣고 "말이면 다 말인줄 알아" 라고 삿대질을 하며 항의했다.

그러나 李위원장이 이에 다시 험한 말로 대꾸하자 양자는 육박전 일보직전까지 갔다.

사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방송국측은 진행요원을 통로에 앉혀 서로 얼굴이 보이지 않도록 긴급조치해 소동은 진정됐다.

김진.김현기.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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