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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범죄가 늘어난다…수사기관 적발 범죄 실태와 현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경제관련 범죄가 폭증하고 있다.

자금난에 몰린 기업인이 사기범으로 전락하거나, 기업의 감원조치가 시작되면서 퇴직자들의 퇴직금을 노린 사기, 채권.채무와 관련된 폭력등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불황이 부른 각종 범죄 형태를 점검해본다.

자금난을 벗어나기 위해 약속어음의 배서란을 위조하는 수법으로 19억여원을 가로챈 혐의 (사기) 로 지난달 24일 구속된 대구시달서구갈산동 전기밥솥 제조업체 ㈜한미 대표이사 朴모씨. 약속어음 배서란에 가전업체 대표 申모씨의 명의를 도용, 위조한뒤 제일은행 대구중앙지점에서 할인받는 수법으로 거액을 챙겨 회사 운영자금으로 사용했다.

부도 전력 때문에 은행과 당좌거래를 체결할수 없자 동생을 회사대표로 내세워 2억3천만여원의 당좌수표를 발행, 제품을 구입한후 부도를 낸 혐의로 구속된 부산시사하구다대동 ㈜원일산기의 실제 경영주 黃모 (56) 씨도 멀쩡한 중소기업인들이 자금난에 견디다 못해 사기범행에 빠진 대표적인 케이스다.

경찰청이 지난 10월16일부터 한달동안 벌인 기소중지자 집중단속에서 검거된 사례는 모두 6만6백여건. 이중 사기.횡령등 경제범죄가 3만4천4백40건으로 전체의 56.8%를 차지했다.

최근의 경제사범 증가 추세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실례다.

광주지역의 경우는 기소중지자 1만5천6백96명중 사기.횡령사범이 1만8백54명 (68%) 으로 전국 평균치보다 높았고 부정수표사범도 1천7백44명 (11%)에 달했다.

이는 광주지역 대형 향토기업들이 잇따라 쓰러진 최근 상황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북의 경우 올들어 신고된 사기범죄 건수 1백7건 가운데 11월 한달간 발생한 건수가 38건 (36%) , 퇴직자들의 퇴직금을 노린 사기도 25건이나 발생해 심각한 지방경제 사정을 짐작케 해준다.

최근 늘고 있는 불황속 사기범죄들은 유형별로 몇가지 특징을 보여준다.

자금난에 몰린 기업인들이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벌이는 기업인 사기가 급증하고 퇴직자가 늘어나면서 이들의 퇴직금을 노린 사기나 유령회사를 통한 사기극도 극성을 부리고 있다.

또 친구등 주변인물들을 대상으로 한 '몰염치한 사기범' 이 늘고 있으며, 평상시 같으면 당사자들끼리 조정할 수 있는 사소한 돈문제까지도 법으로 해결하려는 사례가 확산되는등 이른바 'IMF 신드롬' 이 우리사회의 도덕성까지 뒤흔들고 있다.

이에 더해 경기침체로 사채를 갚지 못하는 중소기업인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납치, 협박해 돈을 받아내는 조직폭력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찰청 조사에 따르면 현재 채권.채무 전문 청부폭력배는 전국적으로 30여개파 5백50여명. 지난달 19일 대구에서는 6억2천만원의 빚을 받아주면 4천만원을 사례비로 주겠다는 채권자의 부탁을 받고 채무자를 납치, 전치3주의 상처를 입힌 청부폭력배 황좌규 (59).이동환 (56) 씨등이 긴급체포된 것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청부폭력이 급증하고 있으며 폭력배들이 사용하는 방법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극악해지고 있다.

유령업체를 통한 사기사건도 각 경찰서에 폭주하고 있다.

경남마산시합포구유록동 鄭모 (51) 씨는 유령 건설회사를 차린뒤 동업자들로부터 사업자금등의 명목으로 35억원을 사취한 혐의로 지난달 8일 검거됐고, 서울용산구이태원동 金모 (34) 씨는 대전시중구선화동에 삼진기획이라는 사무실을 차려놓고 생활정보지에 대출광고를 낸뒤 이를 보고 찾아온 30여명으로부터 수수료 명목으로 수억원을 받아 달아났다.

대구지검의 한 관계자는 "최근의 경제사범 폭증은 정상적인 돈의 흐름이 막혀버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며 "적은 돈거래도 관련서류와 상대의 상환능력등을 세밀하게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고 지적했다.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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