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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이렇습니다] 마이너스 성장 전망에 주가는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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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뒷걸음질(-2.4%)칠 것이라고 예고했다. 기업들의 실적도 나쁘다. 상장사들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반 토막날 것이란 게 증권사들의 예측이다. 그런데 최근 코스피지수는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미국 등 글로벌 증시도 상승세다. 왜 ‘실적 따로, 주가 따로’ 현상이 벌어지고 있을까.

주가는 기업의 실적을 따라간다. 하지만 시중에 돈이 많아 증시로 흘러들 때도 주가는 오른다. 순전히 돈의 힘이 주가를 끌어 올리는 것을 ‘유동성 랠리(liquidity rally)’라고 한다. 과거 사례를 봐도 유동성 랠리 때 지수는 단기간에 바닥에서 40% 이상 튀어 오르기도 했다.

최근 상승세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 두 가지 성격이 섞여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우선 전 세계 증시를 짓누르던 금융불안이 주춤해진 데다 경기선행지수 등 각종 경제지표가 반등하고 있어 앞으로 기업실적도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퍼지고 있다. 당장 여건이 나쁘더라도 앞으로 나아질 조짐만 보이면 주가는 미리 오른다. 돈도 많이 풀려 있다. 글로벌 위기를 맞아 세계 각국이 기준금리를 내리고 재정지출을 늘렸다. 이렇게 풀린 돈은 안전자산에 잠기는 바람에 투자시장으로 돌질 않았지만, 최근 금리가 너무 낮아지자 수익성을 좇아 주식 등 위험자산으로 조금씩 흘러들고 있다.


최근 외국인이 한국 등 신흥시장 주식을 사들이고 있고, 증시 대기자금의 성격인 고객예탁금도 늘고 있다. 지난주 국내 증시의 거래대금도 하루 평균 10조6000억원을 넘어서며 지난달 초에 비해 두 배가량으로 뛰어올랐다.

앞으로의 주가 움직임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비관론자들은 경기가 바닥을 찍더라도 본격적 회복은 당분간 기대하기 힘들고, 주가도 기업실적에 비해 이미 많이 올랐다고 본다. 약세장 속의 일시적 반등인 ‘베어마켓 랠리(bear market rally)’로 끝날 것이라는 얘기다. 반면 낙관론자들은 기업실적의 반등이 예상보다 빠르게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한다. 지금의 유동성 랠리가 기업의 실적이 개선되는 ‘실적 랠리’로 연결되며 증시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란 시나리오다. 누가 맞을지는 결국 앞으로 기업들이 내놓을 성적표에 달렸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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