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 월 스트리트 저널]인도 루피화 추락…20억 달러 안정조치도 무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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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루피화가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인도 정부가 2일 긴급 대책을 발표했다.

인도 정부의 환율안정대책은 시중은행의 지불준비율 상향 조정 등을 통한 통화량 억제와 단기적 환율 인상 및 환투기 억제에 맞춰지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들은 루피화를 안정에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루피화는 지난 1개월동안 7.4%나 평가 절하됐다.

여기에다 아시아 금융위기에 따른 외국자본 유입의 급격한 감소로 추가 절하 가능성이 커지고 정국 불안이 계속돼 짧은 시일내에 루피화가 안정될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인도 중앙은행은 11월 한달동안 20억달러를 풀어 환율 안정을 시도했으나 큰 효과를 거두지 했다.

외환분석가들은 루피화의 통화가치가 아직 바닥에 이르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에서는 현재 달러당 39루피에 머물고 있는 환율이 최고 44루피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인도 중앙은행은 비말 잘란 신임 총재가 취임하면서 시장에 직접 개입할 의사를 비추고 있다.

실제 개입이 이뤄지기 전까지 루피화는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의 지준율을 0.5%포인트 높여 환율안정을 시도했던 중앙은행은 달러 수요를 줄이기 위해 인도 기업들에 대외 거래시 현행 환율을 기준으로 계약을 맺도록 제한했다.

또 지난달 28일 기업들이 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외화를 가급적 빨리 국내에 들여오도록 무역금융에 대한 일부 이자율을 높이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이런 대책들은 태국등 동남아 국가들이 몇 개월전 이미 실패를 맛본 것들이다.

동남아에 비해 인도에 대한 환투기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작다.

외환시장 규모가 작은데다 자금흐름에 대한 통제가 심해 환투기세력이 큰 관심을 가질 곳은 아니다.

그러나 시장 규모가 작은 만큼 조그마한 변화에도 취약점을 드러내 자칫하면 위험한 상황에 빠지기 쉽다.

단적으로 지난 2일 외환시장에서 고작 7백만달러의 '달러매수' 주문만으로도 루피화는 급락세를 보였다.

더욱이 최근 나온 대책들은 인도 경제를 보다 개방화.국제화 하겠다던 인도 정부의 기본 방침에도 크게 어긋난다.

이에 대해 잘란 총재는 "이런 대책들은 어디까지나 한시적" 이라며 "환율안정이 이뤄질 때까지 현행 정책을 계속 유지할 수 밖에 없다" 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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