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국민승리21 권영길후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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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선거운동이 본격화되면서 국민승리21 권영길 (權永吉.56) 후보는 답답해하고 있다.

보수정당을 표방하는 빅 3 (이회창.김대중.이인제후보) 와는 색깔이 다른 유일한 '진보 정당' 임에도 불구하고 보수적인 사회분위기에서 제 목소리를 못내고 있기 때문이다.

아예 "목소리를 낼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고 있다" 고 항변한다.

그러면서도 權후보는 이번 대선출마를 통해 '소기의 성과' 는 충분히 거둘 것이라고 자신했다.

-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한 소감은.

"이번 선거는 완전히 미디어선거, 그중에서도 TV토론회 선거가 되었다.

그런데 TV토론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사실상 선거운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몸으로 뛰는데는 한계가 있다.

유권자들이 권영길후보가 누구이고,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고 있으니…. 그러니까 우리당에서 연구끝에 내놓은 군복무기간단축 공약도 나중에 얘기한 다른 후보가 내놓은 것처럼 잘못 알려져 있는 실정이다."

- TV토론에 초대받지 못하는 것은 '원내교섭단체의 후보거나, 지지율이 10%가 넘는 후보' 라는 제한조건 때문인데, 이는 군소후보의 난립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닌가.

"다른 군소후보와는 다르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 어느 나라든 진보와 보수의 목소리가 있는 것이고, 그 두 목소리를 함께 들어야 균형된 발전이 가능하다.

지금 3대 후보는 모두 보수를 대변하고 있다.

진보의 목소리는 어떻게 다른가를 알려야 한다.

다른 군소 후보들과는 달리 우리는 진보세력을 대변하고 있다.

더불어 3대 후보가 '權후보가 참석하는 토론에 참여않겠다' 는 식으로 진보세력의 목소리를 배제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유감을 표하고 싶다."

- IMF 구제금융에 대해 '경제식민지' 라며 반대해 왔는데, 구제금융이 현실화됐다.

이에 대한 정책이나 견해는.

"IMF를 반대한 것은 IMF지원만으로 경제회생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취지였다.

보다 근본적으로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 특히 재벌중심 경제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않고는 안된다는 얘기다.

구체적으로 재벌체제를 해체하기 위해 재벌의 총수가 사퇴하고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겨야 하며, 재벌기업간의 상호지급보증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노동자들의 경영참여도 허용해 기업경영을 보다 투명하게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정경유착과 부정부패와 같은 구조적 병폐도 치유될 수 있다.

IMF에서 요구하는 구조조정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 '일하는 사람들의 정당' 으로서 IMF체제에 따른 실업사태에 대한 대책은.

"근로시간을 매주 4시간만 단축해도 1백70만명의 고용창출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근로시간을 줄이면 굳이 해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기업들이 해고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정리해고하는 것을 막는 고용안정특별법안을 제정해야 한다. 또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퇴직연금가입을 의무화하고 기업이 부도나도 퇴직금을 전액 보장할 수 있는 제도도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이번 선거를 '정리해고 반대에 대한 국민투표' 라고 생각한다.

진정으로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세력만이 대량실업사태를 막을 수 있다."

- 예상득표나 대선이후 구상은.

"선거결과와 무관하게 이번 대선을 통해 진보그룹을 구체적으로 정치세력화하는데 성공했다고 판단한다.

이를 계기로 대선이 끝나면 본격적인 진보정당을 만들어 장기적으로 진보와 보수가 대립하는 정치구조를 만들겠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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