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3후보 휴일 발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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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회창>

이회창 (李會昌) 한나라당후보는 주말인 6, 7일 이틀을 합동TV토론준비에 전력 투구했다.

이번 토론이 대선의 큰 분수령이 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6일 오후 모방송국의 스튜디오를 빌려 모의연습을 한 이회창후보는 7일에는 아예 아무 일정도 잡지 않고 토론회준비에 몰두했다.

강용식 (康容植) TV대책본부장과 박성범 (朴成範) 대책위원장등 참모들이 요구한 내용은 두가지. 하나는 "흥분하지 말 것" 이고 두번째는 "보다 공세적 자세를 취하라" 는 것이었다.

즉 김대중.이인제후보의 협공에 웃으며 "어떻게든 저를 흥분시키려고 하시는데 저는 주제에 충실한 답변을 하겠습니다" 는 식으로 최대한 '안정감' 을 부각시킨다는 것. 하지만 때마침 불거져나온 오익제 (吳益濟) 편지사건과 이인제후보의 입영기피전력 파문에 대해선 과감히 비판한다는 입장이다.

기존 TV광고 효과가 국민회의에 비해 뒤떨어진다는 평가아래 홍보전략도 재수정했다.

李후보 - 조순 (趙淳) 총재가 손을 맞잡고 출연하는 '약속편' 을 전면 보완하고 제정구 (諸廷坵) 의원등 개혁색채 인사들이 대거 동원된 '경제편' 을 긴급 제작했다.

한편 趙총재는 원주.횡성등 강원 영서지역 거리유세를 했다.

趙총재는 6일 봉천동 자택에서 찬조연설문을 정리했는데, "김대중후보의 'IMF 1년반만에 졸업하겠습니다' 라는 공약이 얼마나 허구인지 학자적 양심을 걸고 조목조목 반박하는 획기적 내용이 될 것" 이라고 측근들은 전했다.

이한동 (李漢東) 대표와 이기택 (李基澤) 공동의장도 인천.경기지역을 순회하며 "국민회의가 한나라당 지지층을 대상으로 이인제후보 지지운동을 벌이고 있다" 며 "현혹되지 말라" 고 당부.

김현기 기자

<김대중>

김대중 (金大中) 국민회의후보는 7일 시내 힐튼호텔 거처에서 두문불출했다.

2차 TV토론 준비에 전념하기 위해서다.

좀처럼 거르지 않았던 성당 미사에도 불참했다.

이번 토론을 계기로 확실한 우위를 굳히려는 것이다.

기상은 오전 6시. 평상시처럼 간단한 맨손체조로 컨디션을 점검했다.

한식 백반으로 가볍게 아침식사를 한뒤 바로 토론 준비에 돌입했다.

오전, 박지원 (朴智元) 특보로부터 당안팎에서 취합된 상대후보 논리를 반박할 자료를 전달받았다.

점심은 우동. 식사량을 줄였다.

빠른 머리회전을 돕기 위해서라는 전언이다.

오후에는 방송선거대책팀의 박상천 (朴相千).김한길.이해찬 (李海찬) 의원등과 함께 간이 회의를 가졌다.

그러나 대부분 시간은 혼자서 자료를 정리하고 논리를 가다듬는데 할애했다.

이날은 리허설도 없었다.

체력안배를 위해서다.

'대외활동' 은 점심때쯤 김원길 (金元吉) 정책위의장에게 전화로 8일 오전 긴급 경제기자회견 준비를 지시한 게 전부. 오후6시, 김한길의원의 지휘아래 코디네이터인 김남주 (金南珠.28) 씨가 분장을 시작했고 최종 점검을 마친 오후7시 문화방송으로 향했다.

한편 국민회의는 이날 경제위기와 관련한 '이회창후보 책임론' 공세를 계속했다.

정동영 (鄭東泳) 대변인은 "이회창후보를 보호하기 위한 집권세력의 시간벌기로 11월 하순까지 한달을 낭비했고 결국 경제 국치 (國恥) 를 불렀다" 며 '경제 5적 (賊)' 론을 되풀이했다.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강경식 (姜慶植) 전부총리.김인호 (金仁浩) 전청와대경제수석.이경식 (李經植) 한국은행총재와 함께 이회창후보도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는 것. 임창열 (林昌烈) 경제부총리에 대한 문책도 거듭 요구했다.

신성은 기자

<이인제>

이인제 (李仁濟) 국민신당후보는 7일 다른 일정을 물리치고 TV토론 준비에 열중했다.

오전과 오후 잠시 짬을 내 서울 국기원과 여의도 순복음교회등을 찾아가는등 유권자와의 접촉을 거르지는 않았다.

그는 국기원에선 태권도의 상무정신과 민간외교 차원의 성과를 칭송하고 "우리 국민이 태권도 종주국이라는 자부심을 갖도록 태권도 성전건립을 지원하고 해외에 나가있는 태권도 사범들중 국위를 선양하는 사람들에겐 훈.포장을 수여, 민간외교관으로서 자부심을 갖도록 하겠다" 고 약속했다.

그는 관중석을 돌면서 도복 차림의 초등학생들을 격려했다.

학부모들에게 "전국민이 태권도정신으로 마음을 무장하면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고 역설했다.

이어 여의도 순복음교회에선 조용기 (趙鏞基) 목사를 만난뒤 예배에도 참석했다.

설교를 마친 趙목사가 李후보를 교인들에게 소개하자 신도들은 박수를 보냈다.

李후보는 이날부터 재생용지로 만든 맹인용 점자명함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는 "지방 거리유세에서 만난 한 시각장애인의 충고에 따라 명함을 바꿨다" 고 설명했다.

李후보는 다른 당직자들에게도 될 수 있는 한 맹인용 명함을 소지하라고 당부한 바 있다.

李후보의 TV토론 준비는 지난번에 비해 비교적 여유가 있어 보였다.

그는 지난 1일 때와는 달리 다른 후보 대역을 내세워 공방전을 벌이는 연습을 하지 않았다.

이만섭 (李萬燮) 총재등 고위당직자및 측근들의 충고만 듣고는 혼자서 준비에 몰두했다.

한편 30대 청년들로 구성된 국민신당의 '모래시계 홍보단' 등은 빗속에서도 서울 대학로와 동부청과시장.경동시장등을 돌며 '젊은 대통령' 을 외치고 다녔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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