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몰아친 IMF한파 부동산시장 급냉…긴급 현장진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2면

부동산 시장에 국제통화기금 (IMF) 구제금융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아파트 가격이 일제히 약세로 돌아섰고 전세가격도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다.

한때 투기조짐까지 보이던 수도권 인기지역 아파트 입주권 프리미엄도 2주만에 최고 2천만원정도 빠져 IMF 여파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또 규제강화등으로 매매가 뜸하던 수도권 준농림지의 거래가 거의 중단된 상태이고 공급과잉등에 따라 몇년째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가 시세는 더욱 곤두박질치고 있으며 가수요까지 붙던 오피스텔도 일부 해약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 아파트 = 서울.신도시등 수도권 주요지역 아파트값은 대부분 약세를 보이고 있다.

팔려는 측에서는 대통령 선거에다 물가상승으로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해 물건을 제대로 내놓지 않고 있는 반면, 매수자측에서는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보고 매입시기를 늦춰 거래자체가 거의 이뤄지지 않기 때문. 이에 따라 시세보다 5백만~1천만원정도 싼 급매물이 늘어나고 있으나 이마저도 팔리지 않는다.

근래들어 하락세를 보이던 전세값은 최근 더 떨어져 일산 신도시 아파트의 경우 32평형은 6천만~7천만원, 42평형 7천5백만~8천만원선으로 9월에 비해 각각 1천만원정도 내렸다.

그동안 값이 많이 뛰었던 분당도 같은 사정이다.

인기가 높은 역세권 주변 아파트의 경우 32평형은 9천5백만원에서 8천5백만~9천만원, 48평형은 1억3천만원에서 1억2천만원선으로 각각 1천만원정도 떨어졌지만 매물이 남아돌아 앞으로 더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용인 수지.남양주 덕소.김포일대 등 수도권 인기지역 아파트 입주권은 2주일새 5백만~2천만원정도 빠졌지만 살 사람이 없다.

기업들의 구조 조정으로 부동산 매물이 쏟아질 예정인 반면, 감원에다 임금동결 등으로 구매력이 떨어져 아파트값이 내릴 것으로 예상돼 나중에 시세차익을 기대할수 없기 때문. 용인 죽전의 경우 내년 8~12월 입주예정인 풍림.길훈.대진아파트 입주권 프리미엄이 32평형 6천만원선, 42평형 1억2천만원선으로 IMF 구제금융 신청전인 지난달 20일께에 비해 각각 1천만원, 1천5백만원정도 내렸다.

50평형대의 경우 2천만원정도 빠진 1억5천만원선을 유지하고 있다.

남양주 덕소도 사정은 마찬가지. 내년 6월께 입주하는 진도아파트 32평형은 2천만~3천만원, 48평형은 7천만~8천만원선으로 5백만~1천만원 정도 하락했다.

올 연말 입주하는 현대아파트 32평형도 5백만원 정도 하락한 4천만~4천5백만원이다.

김포 사우.풍무리도 최근 2주일새 프리미엄이 10%정도 내렸다.

◇ 준농림지.전원주택 단지 = 수도권.지방 할 것 없이 찾는 사람의 발길이 뚝 끊어졌다.

특히 경기 화성.충청 서산및 당진 등 투기바람이 불던 지역을 중심으로 급매물이 쏟아지면서 가격 하락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기도 김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는 "지난달 까지만 해도 하루에 2~3명정도 문의전화가 있었지만 이달들어 찾는 사람은 고사하고 문의조차 끊어졌다" 고 말했다.

이때문에 김포군 월곳면 일대 준농림지의 경우 평당 20만원선부터 가격대가 형성돼 있지만 조만간 매도호가가 평당 5만원정도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양평 S공인 金모사장은 "IMF얘기가 나온 후 매수세가 움츠러드는 바람에 거의 성사단계에 있던 거래마저 무산돼 버렸다" 고 하소연했다.

전원주택 단지도 사정은 마찬가지로 이달들어 사려는 사람이 드물어 수도권 전원주택단지 분양이 거의 중단된 상태다.

◇ 상가 = 대형상가가 밀집돼 있는 동대문.분당.일산등의 경우 종전처럼 여전히 매기 (買氣)가 없으며 그나마 한때 반짝하던 수원 영통 등의 상가경기도 얼어붙었다.

은행돈을 대출받아 상가를 사려던 수요자들이 융자가 중단되자 계획을 포기하고 있기 때문. 장사하려는 사람이 없어 임대도 안된다.

이달 중순부터 아파트 입주가 시작된 영통의 경우 한달전만해도 심심찮게 거래가 이루어졌으나 요즘들어 코너변 8평짜리 임대료가 보증금 4천만원에 월세 1백20만~2백만원으로 분양가를 밑돌고 있지만 찾는 사람이 없는 실정이다.

◇ 오피스텔 = 공급과잉에다 IMF충격까지 가세, 시장이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다.

서울.분당.일산등지에서 분양된 일부 오피스텔은 해약요구사태가 벌어지고 있고 신규 분양분도 매기가 식었다.

C개발의 李모 사장은 "지난 봄에 분양한 서울 역삼동 오피스텔을 산 사람 가운데 계약금을 포기할테니 그동안 낸 중도금을 돌려달라는 요구가 최근 부쩍 늘었다" 며 "해약자들은 대부분 은행돈을 빌려 투자한 사람이거나 경영이 어려워진 개인 사업자들"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신촌등 대학가 주변의 소형 원룸형 오피스텔은 그런대로 매기가 살아 있다.

현대건설 정형기이사는 "대학을 낀 서울의 역세권 가운데 7천만원이하 소규모 원룸형의 인기는 여전한 편이지만 신도시의 대형 오피스텔은 거품이 빠지는 추세" 라고 말했다.

기존 오피스텔 임대수요도 뚝 끊어졌다.

마포공인중개사사무소 최충윤 사장은 "종전만해도 일주일에 2~3건의 거래를 성사시켰으나 요즘들어 임대료를 내려도 찾는 사람이 없다" 며 울상이다.

최영진·손용태·서경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