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보이는 경제 지표 - 코스피 변동성지수(VKOSPI)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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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호 26면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중요한 시장 지표의 하나로 떠오른 게 ‘공포지수(S&P500 옵션 변동성지수·VIX)’다. 주가가 급락하고 시장 불안이 커질수록 수치가 올라가는 특성 탓이다. 이 지수는 미국 증시의 선행지표인 시카고 선물옵션거래소에서 사고파는 S&P500지수 옵션 가격의 움직임을 1~100 사이의 수치로 나타낸다. 현재 지수가 30이라면 앞으로 한 달간 증시가 위아래로 30%까지 출렁거릴 수 있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지수가 낮으면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크고, 높으면 그 반대인 것으로 해석한다. 증시 상승세는 장기간에 걸쳐 꾸준히, 하락세는 단기간에 급작스럽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증시 불안 내다보는 미국 ‘공포지수’의 한국판

한국에서도 13일부터 비슷한 지수가 산출돼 발표된다. 한국거래소가 내놓는 코스피 변동성지수(VKOSPI)다. 개념 및 산출 방식이 미국 VIX와 유사하다. 오전 코스피200 옵션의 가격 변동을 추적해 시장 참여자들이 앞으로 30일간의 증시를 어떻게 보는지 수치로 나타낸다. 코스피200 옵션은 현물이나 선물보다 미래의 주가 변동에 대한 시장의 전망을 민감하게 반영한다. 1~100 사이의 숫자로 표현될 VKOSPI 역시 수치가 낮을수록 시장의 안정을, 높을수록 불안을 점치게 된다. 발표 수치가 앞으로 한 달간의 시장 변동폭을 의미하는 것도 VIX와 같다. 그럼에도 한국판 변동성지수가 만들어진 것은 한국과 미국의 증시가 함께 움직이지 않는 경우가 많아져서다.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지난해 3월 이후 한국 증시는 미국 증시보다 훨씬 큰 폭으로 빠졌다. 반대로 미국 증시가 7000선 아래로 무너진 2~3월 한국 증시는 1100선을 지키며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오전 9시15분부터 오후 3시15분까지 30초 간격으로 갱신될 이 지표를 통해 투자자들은 시장의 위험성을 측정할 수 있게 된다. 한국거래소가 VKOSPI를 과거 주가와 비교해 보니 상승기에는 낮게, 하락기에는 높게 나타났다. 지수가 높으면 투자심리가 그만큼 불안하다는 뜻이 돼 주식시장엔 악재가 될 수 있다. 위험 수준을 판단하는 기준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정해질 거라는 게 거래소 측의 설명이다. VIX의 경우 40을 넘으면 시장이 불안 상태로 빠져들었다는 징후로 받아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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